베이징(北京)중심부 톈안먼(天安門)광장 맞은편에 자리잡은 베이징판뎬(北京飯店).

베이징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묵고싶어하는 최고급 호텔이다.

요즘 이 호텔 옥상에는 빼곡히 꽂힌 붉은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정문에 ''祝 北京飯店 1百歲''라는 현수막이 길게 드리워졌다.

베이징판뎬이 설립 1백주년(14일)을 맞은 것이다.

베이징판뎬은 항상 질곡과 영욕으로 이어진 중국 현대사 중심에 있었다.

호텔이 설립되던 1901년은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등 8개국 연합군이 중국을 침략, 수도 베이징을 유린하던 때였다.

당시 두 명의 프랑스인이 연합국 요원들을 위해 만든 호텔이 바로 ''北京飯店''이었다.

1930년대 후반 이 호텔 주인은 일본인으로 바뀌게 된다.

베이징판뎬은 공산당정권 등장의 현장이었다.

공산당 건국 주역인 마오쩌둥(毛澤東)은 1949년 10월1일 ''중화인민공화국 설립''을 선언한 후 이곳에서 ''開國第一宴(건국 첫 연회)''을 갖는다.

그 후 이 호텔은 톈안먼 광장에서 벌어진 홍위병들의 광란(문화대혁명·1966년), 민주화를 외치다 탱크에 깔린 학생들의 절규(톈안먼사태·1989년), 사상 최대규모로 벌어진 장쩌민(江澤民)주석의 군사퍼레이드(건국 50주년·1999년)등을 말없이 지켜봤다.

1백돌 생일날인 2001년 5월14일 베이징판뎬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날 베이징판뎬의 투숙률은 1백%에 가까웠다.

까르푸 에릭슨 마쓰시타 ABB 노키아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총수들이 이 호텔에 묵고 있다.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총리 등 정계 저명인사들도 보인다.

이들은 지난 10일부터 1주일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베이징 국제주(國際周)''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국제석학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포럼 및 베이징 발전 세미나, 국제 정보기술 전람회 등이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그 한 가운데 베이징판뎬이 있는 것이다.

중국 현대사의 질곡을 바라본 베이징판뎬은 지금 21세기 세계 정치·경제무대의 중심부를 향해 줄달음치고 있는 중국의 국제화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