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는 지난 10여년간 사상초유의 호황을 누려왔다.

물가상승이 없는 경제성장,이른바 신경제를 구가했다.

미국은 경쟁력을 꾸준히 높이기 위해서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하는가.

얼마 전 미국의 경쟁위원회(Council on Competitiveness)가 ''미국의 경쟁력 보고서''를 새로이 출간했다.

경쟁위원회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대학 총장,노동조합 지도자 등이 모인 사설기관이지만 위원회의 연구결과는 대통령,의회,주지사 등에 보고되는 등 그 영향력이 대단하다.

보고서는 경쟁력과 관련해 혁신(innovation)과 세계화(globalization)를 특히 강조하고 있다.

다 아는 얘기 같지만 자세히 살펴 보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미국 경쟁력의 원천은 ''세계화를 기본으로 한 혁신''이다.

미국의 효율적인 금융 재정정책,꾸준한 생산성 향상,기타 건실한 거시경제 지표는 모두 혁신에 있어 미국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무역적자폭이 늘어나고 있어 우려의 소리가 있지만 기술관련 제품,서비스,로열티 등은 지속적으로 상당한 흑자를 누리고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늘어나는 것은 미국의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 아니다.

이는 미국경제의 호황에 따른 수입수요 증가,다른 국가들의 불황에 의한 미국제품 수요 감소,유가상승,환율문제 등에 원인이 있다.

따라서 미국은 무역적자 등의 문제보다는 더욱 근본적으로 기업들이 혁신의 우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에 더욱 관심이 있다.

과거의 혁신은 몇몇 머리 좋은 사람들이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지만,현재의 혁신은 조직자체가 혁신을 잘 할 수 있고 또한 혁신을 잘 받아 들일 수 있는 체제를 뜻한다.

필연적으로 조직은 높은 수준의 조직 구성원을 요구하며 높은 수준의 보상을 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 말 대학졸업자의 평균수입이 고교졸업자보다 38% 높았던데 반해 1990년대 말에는 71%나 높았다.

이 같은 계층간 소득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추세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전세계 인구 중 극빈층 10%에게 돌아가는 소득은 25% 줄어든 반면,가장 부유한 10%에게 돌아가는 소득은 8%가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며칠 전 한 국회의원의 발표자료에서 고교졸업자 임금을 1백으로 했을 때,대학졸업자 임금은 96년 1백40에서 98년 1백47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학력간 임금격차가 갈수록 확대된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어떤 정책을 취해야 하는가.

우선 조세정책 및 기타 규제 등을 통해 소득격차를 줄이는 잘못된 정책을 취해서는 안된다.

전세계적으로 소득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무언가 잘못돼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사회전체가 고급 기술에 대해 점차 더 많은 프리미엄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만약 억지로 이에 역행하는 정책을 시행한다면 신경제에서 시장기능의 효율성을 저해할 것이 분명하다.

혁신과 세계화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무엇인가?

우선 한국의 노동자는 경쟁상대가 한국경영자가 아니라 외국의 노동자임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그들의 이익은 경영자로부터 빼앗아 오는 것이 아니라 외국의 노동자보다 생산성이 높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한국 노동자의 전략은 경영자와의 투쟁보다는 생산성향상을 위한 혁신이 우선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경영자도 고비용,저효율만을 불평할 것이 아니다.

진정한 혁신은 경영자가 한다.

경영자는 경쟁상대가 중진국 또는 선진국인 사실을 주지하고,선진국 경영자에 비해 더욱 효율적인 경영,더욱 생산성 높은 혁신을 이뤄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우리 정부는 "세상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 노동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경쟁력 제고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노사문제에 있어 적당한 타협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