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이 8일 ''항구 개혁론''을 주장했다.

그는 "사람이 신진대사가 안되면 살 수 없듯 시대를 불문하고 개혁은 필요한 것"이라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날 민병균 자유기업원장과 박용성 대한상의회장이 현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해 쓴 소리를 한데 대한 공식 반론이었다.

민 원장은 정부가 좌익적 성향의 단체들과 동조해 급진적 개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박 회장은 정부 정책에 대해 "새로운 걸 추진하려 하지 말고 이제까지 만들어 놓은 것이나 제대로 하라"고 핀잔을 줬다.

청와대는 재계의 이런 정책 비판을 왜 각론 차원의 반론이 아닌 ''원론''으로 되받아쳤을까.

혹시라도 ''개혁과 반개혁의 대립''이라는 구도로 몰아붙이기 위해서는 아니었을까.

그런 구도라면 따질 것도 없이 청와대가 1백% 논쟁의 승자가 될 게 뻔하다.

''개혁을 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주장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옳다.

그것은 마치 ''학생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그런 주장만으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어떤 공부를 어떤 식으로 하는 게 좋은가"하는 점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출자총액 한도 문제만 해도 그렇다.

1998년 폐지됐던 이 제도가 지난달 부활되면서 대부분 그룹사들은 자회사 주식을 억지로 내다팔아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한도 초과 주식을 팔아야 하는 것은 또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라면 기업들의 신규 투자를 기대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일부 그룹들의 행태를 바로잡겠다는 정부 나름의 명분도 전혀 터무니없다고 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일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체''의 발목을 붙잡는데 대해서는 충분히 반론이 제기될 소지가 있다.

그런 비판까지도 반개혁이라고 몰아 붙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역사 속에서 ''개혁''이란 이름으로 행해진 조치들 중 상당수는 나중에 ''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청와대와 정부는 무엇이 진정한 개혁인지 원점에서 곰곰 되짚어봐야 할 때다.

김인식.경제부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