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과 대한상의가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경제가 어려운 이 때에 정부가 기업의욕을 북돋워주지는 못할망정 과도한 규제로 기업의욕을 꺾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 문제제기의 배경이다.

사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는 환란책임을 뒤집어 씌워 기업인을 죄인시하는 경향이 팽배해 왔다.

정부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기업활동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나섰고, 여기에 편승한 시민단체들의 요구로 경영권을 제약하는 각종 제도가 도입돼 왔다.

그런데도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부활하고 집중투표제 등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자 참아왔던 불만이 폭발하게 된 것이다.

이번 재계의 문제제기는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감내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와 있다는 재계차원의 의사표시란 점에서 이유있는 항변이라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환란 이후 부채비율 2백% 달성,재무구조 개선약정,지배구조개선 등의 명목으로 가해진 기업에 대한 규제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물론 환란 직후 위급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는 하나 이런 규제들이 장기화되면서 온갖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인정해 환란 이후 도입된 규제에 대해 일부 완화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재계가 핵심사안으로 요구중인 출자총액 한도완화 문제를 제외시킨 것은 심각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기업들은 내년까지 14조원의 주식을 처분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돼 증시에 물량부담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신규투자도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11월 이후부터 계속 뒷걸음치고 있는 기업들의 투자부진 해소를 위해서도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여기에다 일본을 제외한 세계 어느나라에도 없는 제도로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방어수단을 제약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의 인수합병에 있어 내국인을 역차별하는 부작용마저 초래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출자총액 한도는 폐지하거나 이를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울러 의원입법 형태로 재 추진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집단투표제와 집단소송제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이미 지난해 정부안 마련시에도 문제가 있는 제도로 판명돼 유보된 바 있고, 선진국에서도 도입했다가 폐지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낡은 제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말로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규제완화를 통해 이를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