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과정 진학을 고려하고 있는 직장인들은 크게 두 부류다.

대다수는 컨설팅 투자은행 등 직종으로 전직하기 위해 학위를 따려는 사람들이다.

나이는 30대 전후, 직장 생활 3,4년 차가 주류다.

또 다른 부류는 재충전을 통한 실력 양성을 목표로 비즈니스스쿨에서 "공부"하려는 이들이다.

실력과 실적 위주의 직장 문화가 확산되는데 자극 받아, 더 늦기 전에 경영 지식을 "업그레이드(upgrade)"하려는 사람들이다.

MBA 과정에 진학하려고 준비하는 직장인들의 숫자는 연간 5천명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매년 5백명 정도가 외국 MBA 과정에 진학한다.

2년 과정인 만큼 매년 1천명 가까운 사람들이 해외 비즈니스 스쿨에서 공부하고 있는 셈이다.

학비와 경비 등 1년 유학 비용이 5천만-1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 연 7백50억원이 해외 MBA 과정으로 나가고 있다.

국내 경영대학원들이 앞다퉈 미국식 MBA 과정을 도입하고 있는 추세는 이런 수요를 생각할 때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국내 과정들은 수요의 대다수, 즉 전직을 원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우선 소위 "MBA 직장"인 투자은행과 컨설팅업체에 졸업생들을 거의 취업시키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투자은행의 경우는 서울이 아니라 홍콩이 다국적 회사들의 아시아 중심 거점이다.

현지 회사들은 미국과 유럽의 내로라하는 비즈니스 스쿨 출신들 가운데서도 골라 뽑는 재미를 즐기고 있다.

컨설팅의 경우 다국적 회사들이 서울 사무소를 대부분 갖고 있지만 국내 경영대학 출신들에게는 여전히 좁은 문이다.

10개가 채 못되는 회사에 매년 3백명 가까운 외국 MBA학위 소지자들이 몰리는 형편이다.

둘째 국내 대기업의 인식 부족도 국내 경영대학원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다수 기업들이 외국, 특히 미국 MBA들을 선호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대학원까지" 다닌 사람보다는 대학을 갖 졸업한 "젊은" 인재들을 가려 뽑기도 한다.

더 나은 직장으로의 전직을 목표로 MBA를 고려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는 국내 대학원이 눈에 차지 않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전직이 아니라 자기 계발, 실력 양성이 목표라면 국내 MBA 과정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1억-2억원의 유학비용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게 장점이다.

야간 과정이 있어 2년간의 업무 공백도 피할 수 있다.

공부한 것을 바로 실무에 적용하면 1석2조의 성과도 거둘 수 있다.

타 업종, 다른 회사 출신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는 점도 직장이동이 빈번해질 추세를 생각하면 자산이 될 수 있는 경험이다.

소위 "인플레"라는 지적 아래 유학파 MBA들의 희소 가치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도 상대적으로 국내 출신들의 입지를 강화해 주는 측면이 있다.

국내 경영대학원들이 앞다퉈 미국식 MBA 과정을 도입하고 있는 점도 호재다.

카이스트, 연세대에 이어 서울대학이 미국식 MBA과정 도입을 선언했고 중앙대 세종대 등은 외국 MBA스쿨과 조인트 학위까지 운영하고 있다.

"실력"에 관한 한 국내에서도 충분히 필요한 수준을 쌓을 수 있도록 환경이 변해가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실력을 "길러주는 데만"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경영대학원은 "반쪽 짜리"라는 평가를 피할 길이 없다.

아직까지 상당수 학생들이 직장 경험 없이 경영대학원에 입학하고 있는 현실에서 취업 문제는 경영대학원의 책임에 속한다.

학사관리 못지 않게 경력관리(Career management)에 역점을 기울이고 있는게 외국의 비즈니스 스쿨이다.

졸업생 목표 취업률을 내걸고 기업들을 찾아 다니는 경영대학원장이 더 많아져야 한다.

기업체 중역들과 컨설턴트, 중소기업인, 주한 외국기업인 등을 겸임교수로 영입해 보다 현실감 넘치는 수업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과제다.

분명한 것은 경제 경영 교육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경영대학원들도 해외 MBA와의 격차를 눈에 띄게 줄여 가고 있다는 점이다.

전직 등 특정한 목표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엔 경쟁이 치열하지 않을 때 국내 MBA 과정에 입학해 실력을 쌓은 것도 훌륭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한경닷컴 주미특파원.와튼스쿨 MBA 재학 yskw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