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무어 < WTO 사무총장 >

다자간 무역시스템은 지난 1993년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급격한 변화를 거쳤다.

그 이전까지는 개발도상국들이 다자간 협상에 참여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대부분 개도국들은 GATT(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에 가입하지 않았다.

참여한 국가들도 가입에 따른 혜택을 별로 받지 못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현재 1백40개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중 개도국의 비중은 80%에 육박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회원국이 누리는 모든 혜택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젠 선진국들과의 협상을 통해 손해와 득실을 제대로 따질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개도국들은 이제 상호 협력적인 차원에서 WTO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고무적인 일이다.

자국내 시장을 개방하는 것은 경제 성장을 촉진시키는 면에 있어서 선진국 시장에의 진출 기회가 확대되는 것보다도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많은 개도국들이 지난 15년간 일방적인 시장 자유화를 통해 빠른 속도의 경제 성장을 일궈냈다.

WTO 입장에서 보면 이는 개도국들이 이제 진정한 회원국이 됐다는 것을 뜻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개도국들은 WTO 가입국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입지가 강화됨에 따라 이들 국가가 정당히 내세우는 요구가 묵살되기도 힘들다.

따라서 개도국들은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협상을 위한 최우선적인 과제들을 정하고 이를 실천토록 추진해 나가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합의된 사항들을 이행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상당수 개도국들은 합의 사항들을 이행하는데 따른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과거 협정에는 상당히 불평등한 요소들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농업이나 서비스 등 주요 의제들을 위한 새로운 협상을 통해 타협점을 찾아내고 최선을 다해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개도국들에 민감한 또다른 이슈는 관세다.

선진국들은 여전히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특히 섬유나 의류 등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게다가 부국들은 원자재보다는 가공품에 더 높은 관세를 매긴다.

이는 개도국들의 산업화에 장애가 된다.

또 부국들이 개도국들에 수출하는 것보다 개도국들이 부국들에 수출하는 제품에 대한 무역 장벽이 더 높은게 현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협상의 필수 의제로 거론돼야 할 것이다.

새로운 WTO 라운드를 통해 개도국들은 분명히 얻어낼 것이 많을 것이다.

또 협상 의제의 폭도 더욱 넓어질 것이다.

보다 건설적인 의제와 강화된 입지를 가지고 뭉친다면 이들 그룹은 충분히 개발 문제에 협상의 초점이 맞춰지도록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새 무역라운드의 발족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개도국들이 얻을 성과는 미미할 것이다.

물론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모두가 손해를 보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약한 나라들이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일부 개도국들은 이전 협상에서 나온 불평등한 요소들을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라운드를 발족시킬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도국들의 이러한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여기에 집착하게 되면 더욱 심화된 불평등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불합리한 점을 그대로 놔두기보다는 오히려 협상에 참여함으로써 권리를 적극 주장하고 문제점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정리=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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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마이크 무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최근 독일 국제개발재단에서 연설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