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에 때아닌 ''세계 최초'' 소동이 일어났다.

논란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고석근 박사팀이 과학기술부 기자실에서 플라스틱의 일종인 ''이불소화비닐''(PVDF)을 이용해 종이처럼 얇고 둘둘 말아서 휴대할 수 있는 스피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보도가 나간 뒤 한 서울대 교수는 미국에서 PVDF를 이용한 스피커를 상용화한지 오래됐으며 자신은 스피커의 음질을 높이기 위해 수년째 연구를 해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미국의 메저먼트 스페셜티스(Measurement Specialties)사도 1980년부터 PVDF로 제품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KIST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발끈했다.

확인 결과 PVDF를 이용한 각종 센서와 스피커가 이미 활용되고 있었다.

KIST는 PVDF의 표면을 가공처리해 기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KIST는 과학기술부를 통해 ''종이처럼 얇은 음향기기 세계최초로 개발''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던 것이다.

논란이 심화되자 KIST연구팀은 "PVDF를 가공해 표면처리한 기술이 세계 최초라는 뜻이지 종이식 스피커가 최초는 아니다"고 한 발 물러서면서 수습에 나섰다.

과학기술계 내부에서는 KIST의 표면 처리 기술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스피커 자체를 최초로 개발했다는 것은 지나친 부풀리기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과학기술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낮아 이의 중요성을 알리는 홍보활동이 매우 중요하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같은 ''뻥튀기''는 과학기술계 전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만약 KIST 연구팀이 이미 상용화된 필름형 스피커와 자체 기술력으로 만든 스피커의 차이를 있는 그대로 알렸더라도 표면처리 기술의 장점과 향후 응용 가능성을 충분히 홍보할 수 있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과학기술부를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된 보도자료마저 신뢰성을 의심받는다면 도대체 무엇을 믿어야 하는 것인지 착잡한 생각이 든다.

김남국 IT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