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백여개 법정관리.화의기업에 대해 회생가능성 및 시장교란 행위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선 것은 만시지탄이나 매우 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기업중 상당수는 회생가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세금에 연명하고 있는 처지에 덤핑 등 시장교란 행위를 일삼아 멀쩡한 기업까지 동반부실의 늪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채권단은 말로만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을 외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은 퇴출과 회생여부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해 국민세금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낭비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공적자금은 다른 금융위기 국가들의 2배 이상인 GDP의 24.6%를 투입하고도 추가조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올 정도다.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폐해는 공적자금 낭비에 그치지 않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경제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어 작금의 경제난을 초래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난 2월말로 정부개입에 의한 구조조정은 마무리됐고 앞으로는 부실기업이 상시적으로 퇴출될 것이라고 장담하면서 뒷짐만 지고 있었다.

하지만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이 겉돌고 있다는 것은 법정관리 화의기업이 아직도 7백여개나 되는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법원은 이번 실태조사를 토대로 퇴출이든 회생이든 명확한 결단을 조속히 내리는 한편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엄벌에 나서는 것이 마땅하다.

아울러 정부는 말로만 상시구조조정을 외칠 일이 아니라 그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하부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이와 관련해 원활한 퇴출의 장애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도산 3법의 통합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 스스로가 통합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언제인데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만에 하나 법정관리를 둘러싼 행정부와 법원간 권한다툼 때문이라면 국민적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또 최근 정부가 발표한 구조조정 특별법 제정도 서둘러야 한다.

현행 시스템으로는 부실징후 기업의 신속한 포착은 물론이고 부실판정 기업의 신속한 퇴출 또는 회생지원을 위한 채권금융기관간 이해조정 등의 면에서 문제가 많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이를 보완하는 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상시 구조조정은 이와같은 제도적 보완을 토대로 정부와 채권단이 제 때 결단을 내려줘야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