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현영(沈鉉榮·62) 현대건설 새 CEO(최고경영자)는 부하직원들에게 ''일벌레''로 불릴 정도로 일에 파묻혀 살아왔다.

현대그룹에 몸담은 33년간 부지런함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로 재직한 10년간 심 사장은 거의 매일 새벽회의로 하루일과를 시작했다.

항상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조직을 이끌 수 있었던 것도 타고난 부지런함 때문이었다.

친화력은 심 사장의 최대 자산이다.

한번 만나본 사람은 금세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건설업계 최대 마당발로 불린다.

남의 허물을 드러내거나 헐뜯는 대신 격려와 칭찬하기를 좋아해 주변에 적이 없다.

이 때문에 항상 부하직원들로부터 ''가장 인기 있는 상사''로 뽑혔다.

많은 현대그룹 직원들이 한번 모시고 일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온화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심 사장도 업무처리에 있어서만은 ''칼''이다.

대충대충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계획은 신중하고 치밀하게 세우되 일단 결정이 나면 신속 과감하게 밀어붙인다.

많은 아쉬움과 미련을 남긴 채 현대건설을 떠났던 심 사장이 5년 만에 다시 복귀한다.

그것도 좌초위기에 놓인 ''거함(巨艦)'' 현대건설을 다시 살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은 선장으로 키를 잡게 된다.

5월부터 현대건설 경영 전반을 챙기게 될 심 사장의 앞날은 그러나 험난하다.

인원 감축을 동반하는 구조조정을 직접 처리해야 한다.

누구보다 사람을 아끼는 심 사장에게는 고통이다.

사업구조도 수익성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

국내외 건설시장에서 실추된 현대건설의 신인도를 옛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것도 힘든 과제다.

하지만 심 사장은 현대건설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신념과 또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건설에 관한한 국내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CEO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심 사장이라면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객관적 평가도 받고 있다.

현대건설을 살릴 구원투수로로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김상철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