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70,80년대의 역동성을 되살려 주지는 못하더라도 지난 10년간 정체됐던 일본경제를 안정 성장궤도로 진입시켜 주기를 기대하면서 기인(奇人.일본어로는 變人)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를 총리로 뽑은 것이다.

고이즈미의 탈(脫)파벌적 소신과 개혁구상은 수십년 이어온 파벌 정치, 지지부진한 구조개혁과 경기침체에 염증을 느낀 일본 국민의 인기를 끌기에 충분했다.

그가 이번에 여당인 자민당의 총재가 되고 총리가 된 것은 그의 개혁 구상이 초.재선의 젊은 국회의원, 언론과 지식인 계층, 그리고 변화를 바라는 광범위한 대중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의 개혁 구상중에서 주목할 만한 정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기 회복보다는 규제 완화와 경제 구조개혁에 중점을 두어 2,3년간의 마이너스 성장은 감수한다.

둘째, 정부 지출을 억제해 재정 적자를 줄인다(국채 발행을 제한한다).

셋째, 우편저금 간이보험 등 우정(郵政)사업은 공사화(公社化)를 거쳐 민영화한다.

넷째,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은 2∼3년 내에 정리하며 공적자금의 투입은 설득력있는 설명을 한다.

다섯째, 연금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제도를 지속 가능한 제도로 재구축한다.

여섯째, 이러한 개혁 정책들을 성역없이 추진하기 위해 자민당 내에 ''국가전략본부(가칭)''를 설치한다.

이러한 정책들은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정책 과제들과 흡사하다.

단지 여기에 빠진 것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성공적이라고 보기 힘든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그리고 작은 정부의 실현 등이다.

''구조개혁없이 경기회복 없다''는 고이즈미의 구호에 대해서는 비판론이 있다.

그런데다 새 내각의 개혁정책은 당내파벌 야당 관료 이익단체 등으로부터의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 정책이 과연 그의 구상대로 실행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더구나 7월의 참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에 고통이 따르는 개혁 정책을 의도대로 강력히 추진해 나갈 수 있을지, 그리고 야당이 벼르고 있듯이 7월 선거에서 혹시 정권 교체(자민당내 총리 교체 또는 여야간 교체)가 이루어져 개혁정책이 무산될지 모른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고이즈미의 정책구상을 임명된 경제각료와 자민당 정책 담당자들의 성향으로 판단해 본다면, 고이즈미 정부의 정책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고이즈미의 규제완화정책이 일본의 폐쇄적이며 복잡한 유통 건설 규격 수입 제도 등에 적용된다면 우리나라의 대일 상품 및 용역 진출은 활성화되는 방향이 될 것이다.

둘째, 일본의 경기가 당장은 회복되기 힘들겠지만 구조 개혁이 일본경제에 대한 지금까지의 불투명성과 불신감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준다면 일본의 주가 상승, 엔고의 방향으로 작용해 우리나라 수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셋째,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일본 은행들의 4대 그룹화 재편과 함께 부실 채권 정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한국의 외환위기 이후 위축됐던 한.일간 금융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소극적인 일본의 대한(對韓) 증권투자를 촉진하는 방향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넷째, 그동안 한국이 이룩한 구조개혁이 일본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과감한 구조 개혁은 한국에도 긍정적인 자극을 줄 것이다.

고이즈미 정부의 일본 구조개혁이 한국에 미칠 부정적 영향으로는 최근 일본의 우경화경향과 더불어 대외통상정책이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강화돼 한.일간 통상마찰이 야기될 가능성을 들 수 있다.

양국간 외교나 경제협력 분야에서도 불협화음이 나올 수 있다.

일본은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은 최대한 활용하면서 양국간 통상이 확대 균형을 이룩하도록 서로 노력하는 한편, 예상할 수 있는 양국간 분쟁의 소지는 평소 다양한 방법으로 꾸준하게 대화하며 상호 존중하는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 나감으로써 줄여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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