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요즘 미국과 중국의 정찰기 충돌 사건으로 세계가 시끄럽다.

미국이 승무원 반환을 위해 사용한 단어를 놓고 사람들은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모두들 궁금해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힘의 문제다.

미국은 요즘 중국에 대한 과잉 투자, 특히 첨단 기술 이전을 통한 중국군 현대화가 미국 스스로를 얼마나 무력하게 만들었는지 가장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사실 중국이 대담해진 데는 미국 스스로의 책임이 크다.

상당부분이 미국이 자초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냉전시대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측면에서 지원했다.

당시 소련은 동북아시아에 37만명의 군사를 배치했다.

전체 핵잠수함의 40%가 동북아시아에 자리를 잡았다.

베트남에는 항상 소련 구축함들이 떠있었고 인도에는 소련의 기술 지원을 받은 핵잠수함들이 있었다.

미국은 1972년 닉슨의 중국 방문 이후 전략적으로 중국의 세력 강화를 꾀했다.

중국으로 하여금 소련에 대적하게 했던 것이다.

당시 미국은 중국이 자유시장경제를 도입함으로써 정치부문도 자연스럽게 민주화될 것이라고 믿었다.

시장경제는 중산층을 낳고 중산층은 정치개혁을 이뤄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측의 이런 희망은 단지 기대에 불과했다.

결과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89년 소련이 붕괴한 뒤 중국은 그 힘의 공백을 차지했고,지금은 미국에 큰 소리를 칠 만큼 엄청난 대국으로 성장했다.

중국은 대만 동쪽 센가쿠 섬에 대해서도 일본의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근해를 마음대로 왔다갔다 하고 있다.

이러는 동안에도 미국은 중국에 투자를 계속했다.

비즈니스맨들은 공장을 짓고 군사 전문가들은 첨단 기술을 이전해주었다.

그러나 미국이 의도했던 정치·사회적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비민주적인 행태와 인권유린은 오늘날도 여전하다.

또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불투명한 사회 경제시스템을 갖고 있는 나라다.

미국이 이러한 중국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계속 거만한 자세로 나오자 이제 베트남 등 주변국까지 중국을 따라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아.태지역에서 계속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이같은 상태로는 곤란하다.

따라서 미국은 다음 세가지 정책을 취해야 한다.

첫째, 중국이 동북아시아의 바다와 공중에서 이뤄지는 미국의 군사 작전에 간섭하는 것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미국은 공해상에서 자유롭게 작전할 수 있다.

또 미국은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평화적으로,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둘째, 미국은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인도와 더 가까워져야한다.

인도는 대국이면서 동시에 상당히 민주화돼 있다.

인도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팽창주의에 대항하는 입장이었으므로 이를 미.중 관계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일본과도 우호 관계를 지속해야 한다.

동북아시아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곳이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인 만큼 미국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셋째, 미국 비즈니스맨들은 중국 이외 다른 아시아 투자처를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인 지원은 체제를 유지하는데 보탬이 되고 있을 뿐이다.

또 중국은 현재와 같은 비민주적인 시스템으로는 언제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

중국에 대한 투자는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정리=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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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아시아에서의 지배권 다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