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이후 꺾인 경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2.4분기부터 침체를 벗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소비심리와 기업들의 투자 의욕은 여전히 낮은 게 현실이다.

더욱이 얼마 전에 있었던 환율 급등으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에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부 여당으로서는 이러한 답답한 경제상황을 어떻게 해서든지 타개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올해초부터 거의 무제한적인 유동성 증가를 통한 증시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마이너스에 가까운 낮은 실질이자율의 유지,현대건설 등에 집중되고 있는 회사채 인수노력, 빠르게 증시에 투입되고 있는 연기금 등 거의 모든 정책적 수단이 동원되어 증시를 살리는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경제 정책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증시부양에만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다.

물론 우리나라 경제에서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에 비해 급격히 높아진 것이 사실이며, 또 증시의 움직임이 실물경제 선행지수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증시가 살아야 한국경제가 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제의 근본이 튼튼해야 증시가 사는 것이다.

경제의 근본을 살찌우는 것은 유동성 증가가 아닌 끊임없는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확보다.

일부에서는 증시가 살아야 소비가 살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분명 주가상승은 소득의 증대를 통해 소비를 증가시키는 부(富)의 효과가 있으며, 이러한 효과가 최근 들어서 상승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득효과는 그 절대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으며, 또 단기적인 효과 밖에는 없다.

설사 정부 의도대로 현재의 유동성 장세가 성공을 거두어 증시가 살아난다고 해도 문제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정부 개입으로 인해 증시가 살아나는 효과를 본다면, 이는 앞으로 또 다시 정부의 인위적 개입을 정당화시키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특히 올해 초부터 증권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현대건설과 대우자동차 등의 구조조정은 자꾸 뒷전으로 밀리는 듯한 인상을 대내외 투자자들에게 주고 있다.

지나친 저금리도 문제다.

저금리로 인해 증시에 시중 유동자금을 유인하고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는 순기능이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정책이 지나칠 경우 이자소득 감소로 인한 소비위축이 심각해질 수 있으며,또 낮은 금리로 인해 한계기업들의 퇴출이 지연될 수도 있다.

내년의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 해서든지 증시부양을 통해 경기를 진작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처지가 이해는 간다.

그러나 현재의 경기침체가 모두 정부 책임은 아니다.

더욱이 올들어 오랫동안 부진한 움직임을 보여온 증권시장 역시 반드시 정부의 실정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한국경제, 특히 증시의 경우 많은 부분이 해외의 영향을 받고 있다.

실물경제의 경우 전체 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반이 넘고 있으며,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통신산업부문은 미국 등 선진국으로의 수출이 그 주를 이루고 있다.

또 우리 증시는 외국인들 투자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특히 미국 나스닥과의 동조현상을 보인지 이미 오래다.

이러한 상황하에서는 미국 일본 등 해외요인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주 미국의 전격적인 금리인하 효과가 한국증시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주가 지지정책으로 지속성 있는 증시활황을 끌어낸 경우는 없다.

따라서 정부가 증시부양을 위해 모든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증시의 부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구조조정 등 국민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묵묵히 노력할 때 국민들은 수긍할 것으로 본다.

leedw10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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