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과 조흥은행이 1분기 결산 보고를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번주말까지 금융감독원에 결산결과와 함께 정부와 약속한 경영개선계획 이행 실적을 보고해야 하는데 실적이 영 시원치 않기 때문이다.

두 은행은 작년 11월 ''독자생존'' 은행으로 판정받고 정부와 경영개선약정을 맺었다.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자본을 확충해 ''클린뱅크(우량은행)''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두 은행은 최근 현대건설과 쌍용양회 등 거대 부실기업 처리라는 복병을 만났다.

두 기업에 대한 대규모 출자전환으로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게다가 주가마저 떨어져 해외DR(주식예탁증서)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도 여의치 않다.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으로 총 1조4천억원의 출자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외환은행.

이 은행은 지난해말까지 총 4조6천억원의 부실채권을 정리키로 했었다.

그러나 작년말까지 정리한 부실채권은 2조9천억원 정도.

목표보다 1조7천억원이나 미달했다.

올 상반기엔 일반공모를 통해 3천억원을 증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대건설 여파로 주가가 2천원도 안돼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지난 3월말까지 마무리짓기로 했던 외환카드 해외매각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대건설 출자전환으로 당장 이자수입은 줄겠지만 연말까지는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출자전환 후 현대건설의 주가가 떨어지면 외환은행은 보유주식 평가손실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조흥은행도 처지가 비슷하다.

쌍용양회에 대한 출자전환 방침에 따라 이 은행은 최근 쌍용양회의 전환사채(CB) 3천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이같은 채무조정 등으로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

예컨대 기존 대출금리가 연 10% 이상인데 CB금리는 2%여서 차액만큼 손실로 반영되는 것.

이 때문에 조흥은행은 금년 중 5천7백억원 당기순이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전망이다.

게다가 주가가 액면가를 한참 밑돌아 계획했던 해외 DR발행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조흥은행은 DR발행으로 현재 80%인 정부지분을 50%로 낮추기로 했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여건상 정부와 약속한 경영개선계획을 모두 이행하는 것은 힘든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두 은행의 경영개선 실적이 부진하면 ''주의''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실기업에 대한 출자전환 등 돌발변수가 생긴 건 이해하지만 약정 미이행을 묵인할 순 없다"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