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비즈니스 일선을 뛰고 있는 한국 상사 주재원들 사이에 일본 소비자들의 구매행태와 관련해 오가는 농담이 하나 있다.

"상품을 고를 때 미국 소비자와 일본 소비자들이 보이는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답은 의외로 명쾌하다.

미국인들이 상품의 가격만을 따지는데 반해 일본인들은 가격과 함께 상품의 국적도 묻는다는 것이다.

우스워 보일 수도 있지만 이야기 속에 담긴 의미는 간단치 않다.

일본인들의 폐쇄적 소비심리와 습성을 족집게처럼 표현해 낸 말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일본 소비자들은 친근감을 갖고 있는 나라와 선호하는 브랜드에 대해 철썩같은 믿음과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처음 보는 브랜드나 낮선 후진국 상품은 다르다.

용도가 신체의 안전에 관계된 것이거나 입으로 들어가는 먹거리라면 값만 싸다고 덥썩 집지 않는다.

품질과 안전성이 검증되고 난 후거나 자신들이 좋아하게 된 후라야 구매대상에 포함시킨다.

주일 한국기업들이 진로 재팬을 일본 시장 개척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여러 상품 중에서도 특히 일본 소비자 접근이 쉽지 않은 술을 가지고 짧은 시간에 난공불락의 철옹성을 쌓았다는 점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진로"는 일본 소비자들에게 모든 한국 브랜드중 최고의 인지도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7개 업체가 난립한 일본 희석식 소주 시장에서 진로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9%로 단일브랜드중 일본 전체 1위다.

한 업체당 보통 5,6가지씩의 제품을 내놓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5백여종의 토종 경쟁제품을 누르고 일본 시장을 평정했다는 얘기다.

브랜드 인지율은 92%로 단연 톱이다.

일본인 열명 중 9명은 "진로"를 알고 있다는 셈이다.

하지만 진로소주의 일본 대공습을 지휘하고 있는 진로 재팬은 광고 선전에서 굳이 "한국"국적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한국 고유의 상품이 분명하지만 일본은 물론 전세계 누구나 즐겨 마시는 술이라는 점을 더 강조한다.

보다 넓은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글로벌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품질,영업,마케팅의 철저한 현지화를 앞세워 일본 시장에 깊숙이 뿌리 박은 진로재팬은 작년 한햇동안 4백70만상자의 판매량으로 2백50억엔의 매출을 올렸다.

40억엔에 가까운 경상이익을 올려 일본 주류업체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브랜드 파워와 품질력, 빈틈없는 영업,조직관리가 빚어낸 합작품이다.

소주시장 1위에 만족하지 않고 한국의 우수한 먹거리 문화를 일본 사회에 알리는 종합식품업체로 도약한 후 먼훗날 도쿄증시에도 "초우량기업"으로 이름을 올린다는 것이 이 회사의 "재팬 드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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