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넷 M 베일리 < 美 보잉사 부사장>

어느 조용한 오후 해변을 거닐고 있다.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며 얕은 바닷물 속에 선다.

갑자기 쾌속정 한 척이 최대 속력으로 다가온다.

수초 후 강력한 파도가 밀려온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이 "파도"로 인해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쓰러질 것이다.

이같이 거대하고 빠른 파도가 항공업계에 밀어닥치고 있다.

항공업계 종사자로서, 또 여성으로서 서둘러 준비하지 않으면 낙오되고 만다.

우리 앞에는 두 가지 선택이 놓여 있다.

먼저 수동적인 자세다.

바로 파도가 발 밑까지 왔다가 저절로 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짧은 순간 공포를 주거나 조금 불편한 정도라고 여긴다.

이와 달리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파도를 아예 "잡아 버리거나" 그 위에 탈 수도 있다.

파도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 둘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업계의 경쟁력이 결정된다.

첨단기술 분야에서 여성 지도자가 발휘할 수 있는 능력제한은 시대에 따라 변천을 거듭해 왔다.

여성은 하이테크 분야에서 놀라운 잠재력을 갖고 있는 에너지원이다.

이 분야에서 다음 세대의 지도자형은 지금과는 매우 다를 것이다.

대형 항공사의 고위직 임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5%가 채 안된다.

그나마 이중 상당수는 기술이나 재무 분야가 아니다.

여성은 주로 커뮤니티, 홍보 및 광고, 인력관리, 법률자문 등에 제한돼 있다.

이들 분야에서 최고 자리까지 오르는건 쉽지 않은 일이다.

비즈니스 세계만 얽매이지 말고 대학을 들여다 보자.

MIT 재학생중 절반 가까이가 여성이다.

지난 1950년 전무했던 여성비율은 75년 15%를 넘어섰고 지금은 42%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은 직장에서 남성과 똑같은 경력을 쌓고도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은 젊은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욱 적극적이 되도록 만들었다.

똑같은 조건에서 더 높은 산을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술직 여성 간부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임명된 보잉사의 공유서비스그룹 사장도 여성이다.

보잉의 시험비행기 조종사중 상당수가 여성이며 이들은 모두 항공학이나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학위를 갖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렇지만 안타깝게도 항공업계는 새로운 변화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있다.

간신히 뒤쫓아가고 있을 뿐이다.

최근 포천지에서 세계 50대 비즈니스 우먼을 선정, 발표했다.

휴렛팩커드의 CEO인 칼리 피오리나가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는 영예를 안았다.

실리콘밸리는 여성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했다.

여성 사장들도 대거 등장하게 됐다.

하지만 50명의 사장 가운데 항공업계 출신은 단 한명도 없다.

업계가 능력있는 여성 간부를 등한시한다면 분명 뒤처지고 말 것이다.

남녀구별 없이 능력을 우선시하는 관행이야말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여성을 환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업계가 살 수 있다.

여성을 특별대우하라는게 아니다.

남성과 똑같이만 대접하라는 얘기다.

여태까지 차별의 역사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제 진정한 행동을 보여주자.

마지막으로 여성으로서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 여성끼리 서로 지지하고 존경해야 한다.

이는 가장 기초적인 것이지만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서로를 격려하면서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토록 해야 한다.

둘째 주변환경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을 때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남성들이 잘 모르면 확실하게 알려줘서 고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에게 희망적인 사실은 시대변화에 따라 더욱 많은 원군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정리=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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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미국 보잉사의 안토넷 M 베일리 부사장(커뮤니티 및 교육관계 부문)이 지난달 23일 네바다에서 열린 "세계 항공업계의 여성" 컨퍼런스에서 행한 연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