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의 통상압력을 피하기 위해 현대자동차로 하여금 외제차를 수입, 판매토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국내 자동차업계가 이에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같은 방침은 진념 부총리가 지난 9일 "현대차가 외제차를 수입해 택시회사에 임대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라고 밝힌데 이어 현대차 사장이 비교적 상세한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보아 상당히 구체적인 단계에 와있는 듯하다.

현대차 측이 밝힌 내용은 제휴업체인 다임러 크라이슬러로부터 7∼9인승 밴을 수입, 택시사업자에게 임대해 서울~인천국제공항을 운행토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현대차는 이달말께 구체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하지만 이 문제는 좀더 거시적 시각에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물론 부시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슈퍼 301조를 들먹이며 한국을 몰아붙이고 있음을 우리도 모르는바 아니다.

진 부총리의 발언은 그런 배경에서 나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상황이 아무리 급하다 해도 한국 자동차산업의 장래에 큰 영향을 줄수도 있는 문제를 그렇게 소홀하게 다뤄서는 안된다.

우선 정부가 나서서 특정상품을 수입해라 마라 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

설령 현대차가 방어적 차원에서 그런 구상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현대차와 미국 자동차 회사간에 상의해서 추진할 일이지 부총리가 공식적으로 나설 일이 아니다.

자동차가 통상마찰의 핵심사안이라 해도 기업이 할 일과 정부가 할 일,완성차업체가 할 일과 수입업체가 할 일을 엄격하게 구분해서 추진하는 침착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현대차의 제휴선이라고 해서 크라이슬러 차만 사주면 다른 외국차 회사들은 가만히 있겠는가.

또 미국이 한국 자동차시장에 대해 문제삼는 것은 수입이나 유통문제라기 보다 수입차에 대한 한국민들의 의식문제라고 볼 때 한국의 이같은 고육지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도 의문이다.

수입차 구매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할 것이 아니라 시장에 맡기는 것이 상책이다.

국내 자동차산업 자체가 아직 구조조정기에 있고 세계 자동차업계가 몇년 안에 ''빅3''로 재편되느냐 마느냐 하는 판국에 한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육성의지를 의심받는 일은 정부든 기업이든 안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아도 대우차가 GM으로 넘어갈 경우 국내 자동차시장의 30%가 외국계 자본의 지배를 받게 된다.

한 순간만이라도 한 눈을 팔아서는 안되는 것이 오늘날 우리 자동차산업이 처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