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냉전 시대 많은 서방 국가들은 중국을 떠난 반체제 인사를 보호함으로써 중국을 민주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망명자들이 언젠가 본국으로 돌아가 권위주의적인 정권을 타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그같은 전략은 별 효과가 없는 데다 상황에 따라서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후 서방국가들은 비정부조직을 후원함으로써 중국을 민주화시키는 길을 택했다.

지난 10년 동안 많은 서방 기구들이 중국으로 들어갔다.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포드 재단과 캐나다 정부의 해외구호센터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합법적인 기관으로 중국의 판사 변호사 관리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이들 덕분에 중국의 기관들은 시민의 참여를 조금이나마 받아들이게 됐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이같은 사회운동에 의해 민주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유와 인권을 강조하는 단체들이 층층을 이루어 중국 공산당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민주사회로 서서히 이행할 수 있으리라고 서방은 믿는다.

그것은 바람직한 방법이다.

그러나 자칫하면 중국 공산당의 권위주의를 강화하고 자유주의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방 단체들은 그 궁극적인 목적이 중국의 민주화임을 명심해야 한다.

선의로 시작한 일들이 결과적으로 중국 민중들의 자유를 구속하는 결과로 나타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90년대 서방 법률 전문가들은 중국의 형법 개정안 초안을 작성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 법률들은 반체제인사들을 감옥에 넣고 정의를 억압하는데 이용됐다.

미국과 중국의 군사 교류 또한 양국의 투명성을 높이기보다 적대감을 키우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유럽 등으로 연수 보내졌던 관리들은 파룬궁에 대한 가혹한 법률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한마디로 서방과의 교류는 중국에도 인권과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대외에 과시하는 하나의 제스처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중국의 민주화를 위한 운동에 돈을 대는 사람들은 기부금이 본래의 목적대로 쓰여지고 있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

중국과 사회 문화 교류를 나누는 서방 사람들은 중국에서 자유나 인권 문제를 직접 언급하기는 힘들다고 고백한다.

그들의 활동이 당국에 의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지금 근대화를 위해 서방의 투자를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좀더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최근 유엔개발계획(UNDP)은 그들의 가장 중요한 의제로 ''민주주의''를 채택했는데 이는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다.

UNDP는 현재 중국에 들어가 환경에 대한 관심을 북돋우는 한편 법률 개혁을 돕고 있다.

민주주의 신장이라는 목적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중국에 대한 지원은 집권당을 도와주는 결과밖에 낳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때에는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미국 법은 미 정부 돈이 중국에서 활동중인 미 단체들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다.

그러나 전 국무부 관리 등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이념적인 기대치는 낮추고 실제 활동에 의미를 두어 적극적으로 각종 정부, 비정부 활동을 후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미국은 너무 먼 곳에서 수수방관하고 있다.

미국이 적극적인 참여와 냉소적인 방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면 중국의 민주화 운동은 훨씬 열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은 숨길 필요도 없고 숨겨서도 안되는 것이다.

정리=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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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최근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Promoting Democracy in China''라는 기사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