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弱冠)이라 했다.

예기(禮記) 곡례편(曲禮篇)에 나오는 말로 사람이 태어나서 20년이면 약(弱)이라 하며 비로소 갓을 쓴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스무돌이 됐다.

그동안 공정거래법은 모두 아홉차례의 개정을 거쳐 ''경제헌법''으로서의 위상을 다져왔다.

경제기획원내에 6개과로 출범해 총리소속 차관급 중앙행정기관으로의 독립을 거쳐 1996년 장관급으로 격상되는 등 발전을 거듭해 왔다.

물가안정을 위한 보조수단 정도로 시작된 경쟁정책이 어느덧 경제정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됐다.

지난 20년은 경제질서의 기본 규범이라 할 수 있는 공정거래제도가 우리 경제 각 분야에 뿌리를 내린 시기였다.

정부주도 압축성장의 부산물인 독과점 시장구조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 공정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지정.관리하고 독과점시장구조 개선시책을 시행해 왔다.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을 규제를 통해 기업결합의 역기능을 해소해 왔으며 재벌에 의한 경제력집중 폐해의 시정과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경제력집중 억제 시책을 펼쳐 핵심역량 집중을 통한 기업별 책임경영체제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계열사간 채무보증 및 내부거래로 얽혀있던 연결고리를 차단했다.

공공입찰 건설 등 각 분야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담합행위를 조사.시정했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각종 허위 과장광고의 시정과 은행대출 프랜차이즈 상품권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표준약관 제정을 통해 소비자보호에 주력해 오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 84년 하도급법 제정 이후 하도급대금의 부당감액,발주제품의 인수거부 등 각종 하도급비리를 규제함으로써 영세 수급사업자를 보호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법령의 정비와 각종 규제를 개혁하는데 앞장서 오기도 했다.

이처럼 공정위는 그동안 어려운 여건 가운데에서도 시장경제 주창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21세기에는 디지털경제가 확산되고 세계를 무대로 한 경쟁이 격화될 것이다.

이와 같은 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라 ''경쟁 자율 책임''을 근간으로 하는 시장경제원리를 경제운용의 기본틀로 정착시켜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정위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은 시장경제 확산을 위한 경쟁주창 기능 강화다.

경쟁촉진적인 시장여건 조성을 통해 시장기능에 의한 상시적 구조조정 체제를 구축, 경쟁력없는 기업은 시장의 힘(rule)에 의해 자동 퇴출되도록 해 기업의 자기혁신 노력을 유도해야 한다.

또 디지털경제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장애가 되는 각종 규제를 정비하는 한편 전통산업에 뿌리를 둔 대기업의 신속한 디지털화를 유도함과 동시에 신흥 벤처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남용,M&A 등을 철저히 규율하고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불공정행위 및 소비자 피해에 대한 체계적 예방과 시정수단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경쟁정책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정부주도의 규제와 보호중심에서 개방과 자율의 시장주도형 개방경제체제로 전환함으로써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쟁정책을 펼쳐야 한다.

규제완화, 기업지배구조의 글로벌 스탠더드화를 위한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또 정보통신혁명과 함께 시장경제의 진정한 주체로 부상한 소비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경쟁정책과 소비자정책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이를 연계 추진할 때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년(成年)이 된 공정위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경쟁''의 이름으로 ''규제''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쟁질서 확립을 명분으로 하는 공정위의 각종 간섭이 규제로 느껴질 수도 있다.

최근 부당내부거래에 관한 거액의 과징금부과에 대해 해당기업들이 행정소송으로 대응한 것이 그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 아닐까.

스티커를 부과하고 벌점을 매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경제경찰''로서의 공정위도 규제의 휘슬을 불기보다는 경쟁이 규제에 비해 편리하고 낫다는 인식을 심어 기업 스스로 경쟁질서의 정착에 적극 동참케 해야 한다.

우리 경제에 ''시장경제''라는 꽃을 더욱 활짝 피워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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