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老子) 제7장은 천장지구(天長地久.하늘은 너르고 땅은 오래간다)라는 유명한 구절로 시작된다.

이 장은 성인(聖人)의 처세에 관한 얘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도자의 덕목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 ''후기신(後其身)이신선(而身先)''이란 대목이 있다.

직역하면 ''그 몸을 뒤로 하기에 몸이 앞선다''고 풀이된다.

겸손의 미덕을 집약한 말이다.

월마트와 까르푸.

세계 소매업계를 이끌어가는 양대 산맥이다.

월마트는 미국, 까르푸는 프랑스 태생이다.

해외점포수가 각각 4백여개와 1천여개에 이르는 다국적 기업이다.

이들 두 업체의 매장구성, 상품개발, 운영노하우, 물류시스템 등은 전세계 할인점 업체들의 모델이 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월마트와 까르푸는 지도자 대접을 못받고 있다.

외부와 높은 담을 쌓은 반작용이다.

이들은 매출 이익 출점계획 등 기본적인 경영지표에 대해서도 철저히 입을 다문다.

대답은 통일돼 있다.

''본사의 정책 때문''이란다.

한국 소비자들의 알 권리에 대해선 애당초 관심이 없다.

한국 법에도 개의치 않는 태도다.

해마다 부닥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나 조치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할테면 하라''는 식이다.

공정위의 발표에 따르면 까르푸는 지난해 3월 공정위로부터 시정조치당한 일을 올해도 반복하다 적발됐다.

입점비 품목선정비 광고선전비 행사지원금 등 각종 명목으로 납품업체에 10가지 비용 부담을 강요한 때문이었다.

월마트도 판매시기가 지난 상품을 부당 반품하고 전단광고비를 납품업체에 전가시킨 행위가 적발돼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월마트와 까르푸가 한국의 법과 관행을 얕잡아보는 태도로 일관하는 밑바닥에는 맹목적인 우월감과 거대기업의 오만이 뒤섞여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이들 두 회사는 최근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 시장 공략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성공 여부는 ''현지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북아시아에서의 현지화는 바로 ''겸손의 미덕''을 깨닫는데서 출발한다.

노자의 가르침이 몸에 배어 있는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