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업계는 요즈음 보다 실용적이면서도 고급스런 자동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데 촛점을 맞주고 있다.

지난달 11일 막을 내린 제71회 제네바 모터쇼에는 이런 21세기 소비자들의 취향을 겨냥한 차가 대거 선을 보였다.

차체는 기존의 살롱보다 작지만 내부 공간의 넉넉함을 한층 살리고 고급스런 인테리어와 사양으로 치장한 고성능 럭셔리(고급) 차량들이 대거 출품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성능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엔진 개발에 열을 올리는 등 유럽 특유의 실용주의적인 전통도 엿볼 수 있었다.

제네바 모터쇼의 주제는 "기술혁신에 대한 조명"(Headlights On Innovation).

이를 입증하듯 연비 절감 기술 및 엔진,텔레마틱스(전화와 컴퓨터를 조합한 정보 서비스 시스템) 등 각종 첨단 차량 시스템들이 등장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파리.프랑크푸르트 모터쇼와 함께 유럽 3대 모터쇼로 꼽히는 제네바 모터쇼는 규모는 작지만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 국가에서 열리는 만큼 특정 국가나 업체에 치우치지 않는 가장 중립적이며 공평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고급차 시장 경쟁 치열=고급 세단 "벨사티스"를 처음 공개한 프랑스 르노가 단연 이목을 집중시켰다.

손으로 만든 가죽과 나무장식의 인테리어 등 우아하고 예술적인 실내에다 차간 거리 자동조절 레이저 장치 등 첨단 편의장치를 대거 장착한게 특징.

특히 고급차 답지 않은 공격적인 실내외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독일 BMW는 자동차 배기가스를 20% 줄이고 연비는 15% 개선한 "밸브트로닉" 엔진을 채택한 뉴3시리즈 콤팩트카 "316ti"와 "325ti"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기존 A클라스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았다.

뒷좌석 길이는 17cm,적재량은 14% 늘려 공간 활용성을 높였으며 주행시 미끄럼을 방지하는 ESP(전자 안정성 프로그램),제동거리를 단축시키는 수압브레이크 보조시스템,윈도 에어백 등 첨단 시스템을 장착해 고급화를 꾀했다.

폴크스바겐이 내놓은 W8 4.0리터 엔진의 최고급 버전 "파사트"와 기존 306모델의 후속으로 내부 공간을 보다 넓힌 "푸조 307","아우디 A2eco" 등도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디젤 차량과 SUV 붐=제네바 모터쇼에서 두드러진 또 하나의 특징은 최근 서유럽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디젤차와 SUV가 대거 출품된 것.

각 메이커들은 소음을 줄이고 성능을 대폭 개선한 90여종의 디젤차를 새로 선보였다.

아우디는 알루미늄으로 차체를 만든 "A2에코"와 승용형 4륜구동 "A3""A4" 등을 내놓았다.

3기통 1.2리터 터보 디젤엔진을 탑재한 A2에코는 소형차로 연비를 크게 높였으며 최고출력도 61마력에 달한다.

BMW는 SAV(스포츠 엑티비티 차량)인 X5에 6기통 디젤엔진을 장착한 "X53.0d"를,르노는 "세닉 RX4"를 각각 출품했으며 푸조와 피아트도 "고압 직분사식" 디젤엔진을 채택한 제품을 출품했다.

일본 닛산과 도요타는 "테라노"와 "랜드크루저"등 중소형과 대형 SUV를 다수 전시해 세계적인 SUV 바람을 실감케 했다.

국내 업체들 역시 디젤 및 SUV에 승부수를 걸었다.

현대는 개막 첫날 대형 SUV인 "테라칸"의 신차 발표회를 가진 것을 비롯해 스타렉스,산타페,트라제XG 등을 전시대에 세웠다.

기아 역시 스포티지 카렌스 카니발 카스타(수출명 조이스)등을,대우는 미니밴 레조(수출명 타쿠마)등을 각각 중점적으로 선보였다.

이재완 현대자동차 상품.기획 이사는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차 점유율은 지난 99년 28%,지난해 32% 등으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고 자동차 메이커들도 디젤차 비중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는 "현대차 역시 다음달 중 유럽 시장을 겨냥한 5인승 디젤 엔진의 소형 MPV(다목적 차량)를 신규 런칭,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퓨전"과 "복고"바람은 여전=디자인과 성능면에서 여러 차종을 한데 섞어 놓은 듯한 "퓨전카" 열풍은 2월 초 열린 시카고 모터쇼에 이어 제네바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세단 왜건 MPV 해치백 등 한가지 범주로 분류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차종들이 대거 등장했다.

왜건과 SUV의 특징을 한데 섞은 GM 캐딜락의 럭셔리 컨셉카 "비전"(VIZON)과 다임러크라이슬러가 30년대 복고풍 디자인을 가미한 2인승 쿠페 "크로스파이어"(Crossfire)가 대표적 케이스.

포드의 "스포츠맨",크라이슬러의 "타운 앤 컨트리" 등 지난 1940~50년대 미국 "베이비 붐" 시대에 유행했던 나무재질을 덧입힌 클래식카 8종도 관람객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컨셉트카도 다수 출품=포드의 자회사인 마쓰다는 "MX스포츠투어러"를 선보였다.

교외에서는 4륜구동의 스포츠카로 변신했다가 도심으로 들어오면 스위치 하나로 전기차로 변신하는 하이브리드카다.

GM의 자회사인 오펠은 문짝이 활짝 열리는 스타일의 아스트라 컨셉트카를 전시했으며 사브도 고급 소형차인 "9-3"의 컨셉트카를 내놓았다.

이밖에 린스피드의 "어드벤티지",자카토의 "VM180"등도 출품됐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