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지금 가장 인기 있는 골프웨어는 ''울시(Woolsey)''다.

중국내 울시 브랜드 판권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하이파이브의 제품이다.

울시는 주로 베이징의 최고급 호텔이나 고급 백화점 매장에서만 판매된다.

가격은 다른 제품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비싸다.

울시가 중국에서 히트를 친 데에는 고소득층 시장을 겨냥한 ''톱 마케팅(top-marketing)''기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이파이브는 의류업체라면 누구나 하는 잡지광고를 하지 않는다.

일반인을 상대로 한 장사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대신 한 번 옷을 사간 기존 고객에게 꾸준히 신제품 카탈로그를 보내주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한다.

고객 대부분은 고소득층 기업인이거나 고위직 인사들이다.

이런 마케팅 덕택에 울시는 ''고위층 사람들이 입는 고급 브랜드''라는 인지도가 굳어졌다.

우리나라 기업의 중국내 톱 마케팅 사례는 이밖에도 여럿 있다.

삼성 애니콜은 다른 핸드폰보다 2배정도 비싼 데도 물건이 달릴 정도로 잘 팔린다.

고가시장의 틈새를 공략해 성공한 케이스다.

최근 베이징에 문을 연 이가자미용실은 상류층 여인들을 겨냥, 호화로운 장식으로 기존 미용실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톱 마케팅이 성공하는 이유는 소비 핵심층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5%의 부자들이 전체 은행예금의 60%를 소유할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하다.

1백만위안(약 15억원)의 자산을 가진 가구가 1백만이 넘는다.

이들 고소득층은 최고급 제품을 찾아다닌다.

일부 졸부들의 허영심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것도 톱 마케팅의 한 기법이다.

반면 고소득층을 벗어나면 구매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

게다가 중저가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외국기업으로서는 파고들기 어렵다.

그러기에 중국에서는 최고급 제품과 서비스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의 13억 인구가 모두 우리의 시장일 수는 없다.

''5%의 고소득층''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필요가 있다.

톱 마케팅으로 중국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기업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