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비서실에 근무할 때 박해춘 사장(당시 삼성화재 부장)을 알게 된 후 10여년 동안 가깝게 지냈다.

지금은 서로 다른 업종에서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생 및 회사경영에 관한 조언을 구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박 사장은 불도저와 같은 추진력과 도전 정신으로 가득 차 있다.

역경에 부딪쳐도 일시적인 걸림돌로 여길뿐 뛰어넘지 못할 장애물로 보지 않는다.

일에 대한 열정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사장의 일에 대한 집념을 알 수 있는 일화가 있다.

20년 전쯤의 일이다.

웬만한 샐러리맨들은 주중에 일하고 주말은 가족과 함께 보내지만,박 사장은 달랐다.

그는 주중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업무에 전념했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 얼굴을 보기가 어려웠다.

한창 재롱피울 때의 자식들인데 보고 싶은 심정이 오죽 했겠는가.

결국 일요일이면 자식들을 회사 근처 식당으로 불러내 점심을 같이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와 일을 계속했다고 한다.

박 사장은 정도 많은 사람이다.

중풍에 걸린 84세의 처백부를 무려 15년가량 한집에서 모셨다.

처의 큰아버지가 병이 들어 딱한 처지에 처하자 흔쾌히 모시기를 자처한 것이다.

그렇지만 일을 할 때는 냉정하고 목표에 대한 집착력이 강한 편이다.

한번 세운 목표는 반드시 달성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계리사 자격증을 딴 것도 그런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가 목표를 달성해 가는 과정을 지켜 보면 무릎을 칠 때가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맥을 제대로 짚기 때문이다.

결코 무리수를 둬가며 목적을 달성하진 않는다.

끊임없이 분석하고 연구하지 않고서야 목표를 달성하는 통찰력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박 사장은 의리를 아는 최고경영자이다.

작년 이맘때 그는 모 손보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파격적인 스카우트 조건에 처음에는 그도 인간적인 유혹을 느끼며 마음이 흔들린 걸로 안다.

하지만 그는 목적지를 향해 험난한 항로를 헤쳐가는 배가 그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결국 그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선원들과 운명을 함께 하기로 했다.

박 사장은 최고경영자로서 자질과 덕목을 고루 갖춘 경영인이다.

또한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무섭게 돌진하지만, 그 이면에는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자상한 사람이다.

황영기 < 삼성투신운용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