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저(低)성장 고(高)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 단계로 진입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꼬리가 긴 ''L''자형 장기 침체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도 늘어나고 있다.

◇ 환율.물가.금리 트리플 불안 =원화환율은 한달새 달러당 80원 정도 치솟았다.

지난 2월말 1천2백50원80전에서 1천3백3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상승률로 따지면 6.4%에 이른다.

엔화 약세가 주요인이다.

엔화 환율은 1백25엔까지 치솟고 있다.

소비자 물가는 1분기동안 전년동기대비 4.2%나 올랐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올해 물가목표(4%)는 달성 불가능하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정도다.

안정적이던 금리도 뛰고 있다.

공금리는 여전히 ''안정''이지만 시장금리는 뜀박질이다.

재경부와 한은은 서로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은은 환율 급등이 수입가격을 올리면서 물가 압력을 높인다고 보고 있다.

환율이 10% 오르면 물가는 약 1.7% 오른다는 것.

재경부는 그러나 아직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환율이 올랐지만 공산품 가격은 오히려 내렸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또 작년 1분기 물가지수가 낮은 데 따른 기술적 효과로 1.6%포인트 정도 더 올랐다는 것이다.

오갑원 국민생활국장은 "연간 3%대 물가 억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상반된 지표 움직임 =경제 주체들은 적어도 심리적으로는 현재(1분기)보다는 향후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과 대한상의가 조사한 2분기 기업 경기실사지수(BSI)가 기준치인 100 이상이었고 한은이 조사한 소비자동향지수(CSI)도 ''향후 지출 전망'' 분야에서 107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산업활동동향 역시 비교적 낙관적인 분위기.

◇ 스태그플레이션 조짐 =진념 경제부총리는 올해 4% 이하의 저성장을, 전철환 한은 총재는 물가 4% 상회 가능성을 각각 경고했다.

미국과 일본의 경기 부진, 엔화 환율 움직임 등 변수들이 있지만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김영세 연세대 교수는 "경기가 나빠 반영이 안됐을 뿐이지 유동성이 풍부하고 물가 압력 역시 매우 높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 대책이 없다 =문제는 경기침체 국면을 벗어날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물가가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정책을 쓰기도 어렵고 재정을 확대하기는 의보적자 및 공적자금 상환 등 지출 요인이 너무 많다.

자칫 백약이 무효인 상황, 즉 외통수로 몰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