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일본계 유사금융사 현황''이란 기사(본지 3월26일자)가 보도된 후 본사 금융부에는 이같은 문의전화가 하루종일 빗발쳤다.

일본계 업체들의 고금리 돈놀이 때문에 발생한 피해사례를 고발하는 독자들은 ''예상과는 달리'' 찾아볼 수 없었다.

독자들이 연 최고 1백80%의 금리를 부담하는 대금(貸金)업체들의 연락처를 묻는 이유는 한 가지.

"지금 당장 급전이 필요한데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은 거기밖에 없다"는게 이들의 한결같은 설명이었다.

문의전화중 인상 깊었던 것은 단연 A씨와의 통화.

대학 2학년생인 그는 지금 당장 1백만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달 29일까지 카드빚 73만원을 갚지 못하면 신용불량자로 ''찍혀'' 금융거래에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며 두려워했다.

그는 "지난 연말 길거리에서 카드를 발급받은게 실수"라며 "빚만 갚고 나면 가위로 카드를 잘라버리겠다"는 다짐까지 했다.

때마침 녹색소비자연대는 눈길 끄는 보도자료를 냈다.

''신용카드 남발 실태조사 보고서''가 바로 그것.

이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신용카드 가판대 41곳의 모집실태를 조사한 결과 95%인 39곳이 신분증 확인없이 카드신청을 받고 있었다는 것.

''만 18세 이상,일정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만 발급돼야 하는 신용카드가 A군과 같은 ''무자격자''에게도 남발되고 있다.

A군이 스스로 ''고금리 덫''에 걸려드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한 카드사의 ''무차별적''인 마케팅이 결과적으로 고리대금업자의 영업을 도와준 셈이다.

물론 카드사로서도 할 말은 있다.

신용사회에서 본인의 소비행동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져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정소득이 없는 사람이 카드를 발급받고 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 탓"이라는 카드사 관계자의 설명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문제는 카드사의 이같은 논리 때문에 A군과 같은 ''잠재된 신용불량자''가 늘어난다는데 있다.

''카드사의 과욕''이 ''고리대금업자의 성업''을 도와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다.

최철규 금융부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