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밍고 카발로.

그는 1990년대 초반 만신창이가 된 아르헨티나 경제를 사지(死地)에서 구해낸 경제장관이었다.

그런 그가 10년만에 또 다시 경제장관에 임명됐다.

아르헨티나 경제에 적색경보가 발령되면서 구원투수로 카발로가 긴급 징발된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지금 고실업률, 금융시장 교란, 수출 격감, 국가신용도 하락, 정정불안 등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한때 연간 5천%에 이르렀던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악몽을 떠올리며 불안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벌써부터 카발로 장관이 어떤 솜씨를 보일 것이냐에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장 그가 취임했다는 사실만으로 국채시장이 안정을 찾고 있으며 증시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긴 하다.

카발로 자신도 정치권을 향해 "1년간의 비상경제정책 수행권을 달라"고 요청하며 승부사의 의욕을 보이고 있다.

메넴 대통령 시절 경제장관을 한 카발로는 하버드대에서 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에서 교수를 지낸 이름난 경제학자였다.

그는 고국의 경제가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하자 메넴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다.

사정이 그러했기에 카발로는 그야말로 전권을 휘두르며 소신있는 정책을 펼 수 있었다.

카발로는 경제 살리는 일에 전념하고 메넴 대통령은 제트기를 조종하며 데이트나 하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 것도 이 시절이었다.

메넴 대통령은 스캔들이 많고 놀기 좋아하는 낙천주의자여서 종종 언론의 조명을 받았으나 이를 크게 개의치 않았다.

대통령의 성향을 익히 알고 있는 국민들은 대통령이 어줍잖게 정책에 왈가왈부하기보다는 차라리 관여하지 않는게 도움이 된다고 믿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르헨티나 경제기적의 견인차였던 카발로는 이후 인근 국가의 경제 어드바이저로 영입됐으며, 3년전에는 러시아의 신경제 정책수립에 3명의 외국 컨설턴트중 한명으로 참여해 그 성가를 한껏 높이기도 했다.

현 델라루야 대통령이 마지막 복안으로 선택한 해결사 카발로가 과거와는 판이한 환경에서 과연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