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벤처정신은 해외에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활동중인 암벡스 벤처그룹의 이종문 회장, 마이사이몬닷컴으로 유명한 넷지오(NetGeo의 마이클 양,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 등은 세계 벤처업계에서 내로라 하는 거물들이다.

동포 벤처사업가들의 활약무대는 미국 일본 중국 호주 독일 브라질 등 세계를 망라한다.

이들은 "인간승리" 신화를 일굼으로써 고국의 동포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선 한민족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있다.

이종문 회장은 아메리칸 드림 1세대로 손꼽히는 인물.

그는 지난 70년 제약회사 임원 자리를 버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82년 컴퓨터 그래픽 카드회사인 다이아몬드 컴퓨터시스템을 세워 한해 5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장은 96년 회사 경영권을 직원들에게 물려주고 현재 벤처캐피털회사인 암벡스 벤처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직접 관리하는 벤처펀드만 무려 1억달러에 이를 정도.

이 회장은 미국 벤커캐피털업계에서 "큰 손"으로 군림하고 있다.

마이클 양은 미국내 쇼핑로봇 검색엔진 1위를 차지했던 마이사이몬닷컴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99년 타임지의 "Top 25 전자상거래 회사"에 선정된 마이사이몬닷컴을 자본금 2만5천달러에 창업했던 그는 창업 4년만인 2000년 1월 이 회사를 CENT사에 7억달러에 팔아 성공한 한인 벤처기업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들 외에도 실리콘 밸리에선 다양한 분야의 한인 벤처기업가를 만날 수 있다.

실리콘 밸리 한인벤처기업 모임인 KASE 회장을 맡고 있는 이계복 킬러비즈 사장, 인큐베이터인 얼리엑시트의 박승진 사장, 하이큐브 김영미 부사장 등도 널리 알려져 있는 인물들이다.

실리콘 밸리의 한인들은 인터넷 서비스나 인터넷 관련 소프트웨어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넷지오나 이쿼테이션, 응용소프트웨어 서비스업체인 코리오(대표 조너선 리) 등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적재형 서버를 생산하는 아프로인터내셔널(대표 대니얼 김)과 아날로그 반도체 전문업체인 eMDT(대표 정정), 반도체 제조장비 분야의 AIO 등도 관심을 끌고 있다.

벤처캐피털 인큐베이터 사업도 한국인들이 비교적 활발하게 진출하는 분야다.

브레인러시(대표 케이스 김) 알토스벤처, 애시나 테크놀로지 벤처스 등이 활기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벤체업계에선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과 고기수 고덴샤(高電社) 사장과 같은 교포 벤처 거물들이 이름을 날리고 있다.

재일동포 3세인 손 사장은 끊임없는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해 인터넷 그룹의 제왕으로 변신한 인물.

"손정의 신드롬"이란 단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학계에선 "손정의 협상술" "손정의 경영철학" 등을 탐구할 만큼 그의 명성은 드높다.

재일과학기술협회 회장인 고기수 고덴샤 사장은 오사카에서 자동번역 소프트웨어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 자동번역서비스인 "J서버"로 일본 통산성 등으로부터 무려 여섯차례 모두 3억엔의 지원금을 받았고 지난 98년엔 통산성 우정성 등 9개 부처로부터 우수 정보처리 시스템상을 받아 보수적인 일본에서 한국인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의 경우 교포가 운영하는 벤처기업 수는 1천3백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벤처 분야의 창업이 급증하고 있다.

업종은 역시 정보기술(IT)와 인터넷 분야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작년 6월 토쿄에서 설립된 웹스닥(대표 윤주연)이 대표적인 케이스.

자본금 3천만엔으로 출범한 이 회사는 투자시뮬레이션 사이트인 웹스닥을 운영하고 있다.

세일즈닥이란 B2B(기업간 거래) 사이트도 열 계획이다.

요즘들어 재일교포 기업인들은 한국 벤처업체와 손잡고 일본 시장을 넓혀 나가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야를 중국으로 돌려보더라도 한인들의 활약상은 대단하다.

베이징의 "실리콘 밸리"로 통하는 중관춘 중심부에 있는 전자상거래 전문업체 이허왕(易和網).

이 회사는 조선족 교포인 한문(韓文) 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베이징 최고 명문대학인 칭화(淸華)대를 나온 그는 3년전 컴퓨터 조립사업으로 창업, 지금은 직원 50여명을 거느린 어엿한 벤처기업 사장이다.

중관춘에는 지금 한 사장과 같은 조선족 교포 벤처사장이 10여명에 이른다.

인터넷 정보서비스업체인 Z시대의 이승옥 사장, 컨설팅업체인 민안컨설팅을 운영하고 있는 박대호 사장 등이 모두 조선족이다.

이밖에 중국 베이징 신성시공네트워크 김향철 사장을 비롯, 호주 SMI 그룹 김만기 회장, 독일 바이오스틸 메디컬 한복선 사장, 브라질 THC의 최태훈 사장 등도 세계 벤처업계에서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한인 사업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족 출신인 김향철 사장은 한.중 합작 인터넷 포털서비스 업체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중국 인터넷기업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인터넷 솔루션업체인 IWW 등 인터넷과 이동통신 관련 5개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김만기 SMI그룹 회장은 호주의 대표적인 한인 사업가다.

한복선 사장은 인공신장판 인공혈관 등을 개발, 독일 바이오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