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정보통신부장관에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 양승택 총장이 임명됐다고 발표된 뒤 통신업체의 한 임원은 "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 정책에 큰 변화가 생길 것 같다"고 예상했다.

또 "전임 안병엽 장관은 자기가 한 말에 묶여 운신의 폭이 좁았지만 새 장관은 매듭을 풀기 위해 변화를 시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임원의 예상대로 신임 장관은 취임 일성부터 색다른 말을 했다.

양 장관은 임명장을 받으러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안에서 기자의 전화를 받고 동기식 사업자에 대해서는 주파수 할당에 따른 출연금을 깎아주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음을 은근히 시사했다.

이때부터 정통부 기자실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동기식의 원천인 CDMA 기술 상용화를 주도했던 양 장관이 "난제(難題)중의 난제"로 꼽히는 출연금 문제를 꺼냈기 때문이었다.

기자실에는 "양 장관이 최근 사석에서 출연금을 깎아 줘야 한다고 말했다"는 얘기도 들려 왔다.

동기식 진영에서는 양 장관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려고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다.

출연금 삭감이 난제로 꼽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통부는 한국통신 SK텔레콤 등 비동기식 사업자들한테 1조원 이상의 출연금을 받기로 한 마당에 동기식 사업자의 출연금을 깎아 주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해 왔다.

더구나 전임 안 장관은 수차례 "출연금 삭감은 없다"고 공언했다.

정통부는 진퇴양난의 수렁에 빠진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신임 양 장관은 이날 저녁 장관실로 찾아온 기자들에게 출연금 삭감을 검토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대응논리도 펼쳐 보였다.

비동기식 사업자들이 별도로 출연금을 내지 않고 기존 주파수로 CDMA-1X 등 동기식 IMT-2000 초기단계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1조원대의 출연금을 내야 하는 동기식 사업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얘기였다.

양 장관의 발언에 동기식 진영에서는 쾌재를 불렀다.

"사업권을 줬으면 장사를 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발언에 기대를 거는 눈치였다.

새 장관의 새 정책이 과연 얽히고 설킨 IMT-2000 매듭을 풀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광현 IT부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