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야 류타로 <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 >

일본경제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경기회복과 은행부문의 건전화다.

불황으로부터 벗어나 경기를 살리는 것과 금융부문의 부실채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는 기본적으로 단기적인 경제정책적 문제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일본은 거품 경제 이후 장기적 전망을 상실한 채 지나치게 비관적인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경제주체들이 자신감을 잃고 위축돼 있어 소비도 투자도 침체돼 있다.

일본의 미래를 건전하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과감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일본경제의 장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

경제전문가들은 향후 25년간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이 제로에 가깝고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한다.

성장률 저하의 이유로 △일본이 이미 선진국에서도 가장 소득수준이 높은 프런티어 그룹에 도달해 있고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노동력 인구의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고령화에 따른 저축률이 저하되고 있다는 점을 든다.

일본의 소득수준은 전후 미국의 20분의 1 수준에서 출발, 반세기만에 세계 최고수준에 이르렀다.

이제 과거와 같은 5∼10%의 높은 경제성장률은 기대할 수 없는게 당연하다.

지난 50년간의 급성장 결과 일본의 경제 사회 정부 시스템은 현재 커다란 개혁이 필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북유럽국가나 스위스 등은 세계적인 대기업이나 대형은행, 실리콘밸리, 나스닥, 마이크로소프트사를 거느리고 있지 않다.

이들 국가의 번영은 국민 개개인의 능력과 좋은 정부에 기초한다.

교육수준이 높고 소득분배가 비교적 공평하게 이뤄지며 경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기 쉽다.

국민들은 이성적이고 양식을 지니고 있으며 법률을 준수하고 기본적 인권을 존중한다.

범죄율이 낮고 치안상태가 양호하고 노사관계가 안정돼 있다.

이러한 것들이 경제적 번영의 기초적 조건이다.

일본이 계속해서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로 남기 위해서는 인구감소 억제, 정부(공적 부문) 규모및 공채부담 축소 등의 중장기적인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구감소는 선진국 공통의 고민거리다.

일본인들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가족의 가치''가 여전히 높다.

많은 젊은이들이 언젠가 가정을 이루고 2명 정도의 자녀를 두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남녀 모두 결혼과 육아에 따른 사회적인 불이익을 염려해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자식을 낳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일과 가정, 육아가 양립할 수 있도록 사회의 시스템과 관습 의식 등을 개혁하는 것이 시급하다.

일본정부는 ''보다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

국민총생산(GNP)대비 정부투자 비율을 현재 6%에서 선진국의 평균치인 2.5%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1960년대부터 형성된 ''관산(官産) 복합체''를 해체해야 한다.

우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회사로부터 관계 회사로의 ''낙하산인사'' 관행부터 없애야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적자재정으로 인한 공채부담도 줄여야 한다.

일본의 중앙.지방재정 모두 지난 76년 이래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해 GDP 대비 공채총액 비율이 1백%를 넘어 급상승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이미 위험상태에 도달해 있다.

재정정책을 재검토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공적부담을 줄여 나가야 한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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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고미야 류타로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가 26일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일본경제의 장기적 전망과 과제''란 제목으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