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우 < 고려대 경영학 교수.기업경영硏 원장 >

학기초 대학가에서는 인기강좌를 수강신청하려는 학생들이 몰려 북새통이 벌어진다.

과거 오프라인 방식의 수강신청 때에는 새벽부터 줄을 서 기다리는 학생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요즈음 온라인 수강신청에서는 선착순, 또는 지정제에 의해 정원이 차버린 인기강좌에 수강포기자로 인해 빈자리가 생기면 이에 끼여 들려는 학생들이 컴퓨터 화면을 주시하면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동일한 과목에 여러 강좌가 개설되고, 다른 강좌에는 빈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기강좌에만 수강생이 몰린다.

인기강좌가 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담당교수의 강의능력이다.

예전에는 학점 잘 주는 전략과목에 학생들이 모였으나, 근래에 와서 대부분의 대학이 상대평가방식에 의해 성적을 부여하고 있어서 학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강생이 몰리는 이유의 또 하나는 학생이 많은 반에 묻혀 강의부담 없이 적당히 넘어가려는 경향 때문이다.

따라서 수강생이 많은 반은 더 몰리고 적은 반은 더 줄어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소형강좌는 상대평가를 적용하지 않고 담당교수 재량으로 좋은 성적을 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12월 말을 결산일로 삼기 때문에 회계감사를 담당하는 공인회계사들의 업무가 연말 연초에 한꺼번에 몰려 충분한 감사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기업의 회계보고 정직성이 부족한 실정인데 회계감사도 인력부족으로 부실해져서 재무제표 투명성은 우려할 수준이다.

12월말 결산은 원래 백화점들이 크리스마스 세일을 끝내고 재고자산이 가장 줄어든 시점에 결산을 함으로써 재고조사 부담을 줄이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인 회계기간이 달력과 일치하는 장점이 있어 기업들간에 널리 선호되고 있다.

12월말 결산이 선호되는 더 큰 이유는, 대형 강좌에 학생들이 몰리듯 다른 기업들과 묻어서 결산함으로써 회계감사와 사회적 견제장치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소액주주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주주총회 소집일을 같은 날로 정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현상이다.

결산일은 법인세 납부일과도 연결된다.

결산일까지 발생된 당해 사업연도의 과세소득은 대략 3개월 후에 납부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익이 가장 많이 발생되는 시기 직전으로 결산일을 잡는 것이 세무관리상 가장 유리할 것이다.

예를 들어 빙과업 등의 경우 6월말을 결산일로 택함으로써 여름 성수기에 발생한 이익에 대해 1년 정도 법인세 납부를 지연시킬 수 있게 된다.

세무관리를 위해 결산일을 달리 잡는 것이 유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12월말 결산을 고집하고 있다.

이는 대마불사의 신화가 현실이었던 시절에 기업순위를 12월말 법인을 기준으로 발표했던 것도 주요 요인중의 하나였다.

이와 같이 12월말에 과다하게 몰려있는 결산일을 연중 분산시키는 유인책은 없을까?

우선 회계법인들이 일감이 적은 3월말, 6월말 또는 9월말을 결산일로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감사수수료를 낮추어 주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감사수수료는 감사서비스의 가격이기 때문에 서비스 수요량이 적고 공급량이 많은 시기엔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또 결산기를 연말로부터 다른 기간으로 변경시킨 기업은 결산서의 적정성에 자신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신용평가기관이 투명성 평가에서 가산점을 부여하고 세무당국도 세무조사 확률을 낮추어 주는 방안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배회사와 종속회사간의 연결재무제표와, 작성회사와 계열회사간의 결합재무제표도 결산기 집중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회계감사를 개별 기업의 재무제표에 집중시키고, 연결재무제표 또는 결합재무제표의 경우 계열사들 사이에 결산일이 다른 경우 가결산 재무제표를 사용하여 작성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재무제표의 투명성은 철저한 회계감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회계감사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기업들의 결산기를 연중 적절히 분산시키는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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