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지난 17일 김대중 대통령에게 올해 추진할 주요 업무를 보고했다.

교육부의 수장을 장관에서 부총리로 격상시킨 이후 처음인데다 최근 들어 ''한국식 교육''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이민을 가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터여서 한 부총리의 업무보고 내용은 많은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번 보고에는 여느 장관 때와 달리 눈에 번쩍 띌만한 내용이 매우 적었다는게 교육계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

뼈대라고 해봐야 선진국 수준의 미래형 학교를 만들고 향후 4년내 인적자원 부문의 국제경쟁력을 10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도다.

솔직히 이런 수준의 정책을 추진할거라면 굳이 교육부 장관을 부총리로 보임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적마저 나왔을 정도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교육부의 업무보고가 있은 지 얼마 안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성명을 발표했다.

올해 업무보고는 한마디로 학교교육의 위기 극복을 바라는 국민 여망에 비해 크게 미흡하다는 것이다.

교총은 "상당수가 이미 발표한 내용의 재탕"이라며 교육부총리가 과연 교원사기 저하, 교육이민 증가 등 공교육 붕괴의 핵심요인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교총의 말대로 이번 교육부 업무보고 내용은 재탕 삼탕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책이든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부처 최고책임자가 얼마만큼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느냐는 점이다.

장기적인 비전이 함께 뒤따라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현 정부 들어 3년 남짓한 기간동안 교육부장관의 ''평균 수명''은 6개월에 지나지 않았다.

한 부총리는 이날 업무보고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교육개혁에 대한 새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않는 대신 기존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하는데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새 아이디어를 내고 추진하는데 ''6개월''은 너무 짧다고 본 것일까.

개각 때마다 거의 매번 교육부 장관을 교체 대상자에 포함시켰던 김 대통령이 한 부총리의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김수찬 사회부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