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원에 머리는 좋은데, 한 곳에 잘 정착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은 이 나라 저 나라에 잠깐씩 머물면서 공부하고 다시 다른 곳으로 떠나는 괴짜다.

어느 날 이 학생이 불쑥 찾아와선 캐나다 학교로 가겠으니 추천서를 써달란다.

그런데 몇달 뒤 이 학생이 다시 오더니, 유학으로는 비용이 너무 비싸서 ''취업 이민'' 자격으로 캐나다에 가게 된다고 한다.

저렴한 학비와 생활비로 유학을 하게 돼 자랑스러운 듯, 그동안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이 학생 얘기가 캐나다는 현재 젊은 층이 미국으로 많이 유출돼 외국 젊은층의 취업 이민을 적극 환영하고 있단다.

학생이 돌아간 뒤 여러 가지 관점에서 그의 경우를 생각해 보았다.

그의 말대로 값싸게 공부를 하게 됐으니, 가족은 물론 국가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까운 인재를 잃은 손실이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겼다.

여기에 유학으로 인한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손실은 더 커 보인다.

능력 있고 배웠다는 젊은이들의 해외이민이 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더욱 그렇다.

이들이 말하는 이유가 대체로 ''교육'' 때문이라니, 대학에 있는 사람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30∼40대의 이민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고급인력의 유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은 이민을 통한 자녀들의 조기 유학이 글로벌시대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꼭 그럴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교육 목적의 이민에 대해서는 우리가 보다 글로벌한 자세를 갖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단순하게 해외로의 유학을 권장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국내 일부 대학들도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국내외 대학을 차별해 보는 시각은 점점 무의미해져 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외국의 유수대학들이 국내에서 MBA과정 입학설명회를 열고 있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도 부스를 마련해 참가했다.

외국으로 유학가려고 몰려온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관심반 의심반''으로 국내 MBA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질문을 해왔으며, 그중 상당수 학생들이 외국유학 대신 국내 MBA를 선택했다.

시공(時空)을 초월한 현 시대에 있어서 특히 국내에 있든, 국외에 있든 공간적 의미가 그리 중요한 것은 물론 아니다.

21세기는 교육을 글로벌하게 잘 활용하면 지식강국이 될 수 있다.

이는 교육이 산업화시대의 체제로부터 지식기반체제로 이행됨을 나타내고 있다.

산업화시대에는 획일적 교육을 통해 ''평균적 사람''이 많이 나오는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의 특성을 살리며 경제성을 고려한 고부가가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 ''글로벌 관점''이 교육문제를 포함한 이민의 목적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교육'' 때문에 해외로 이민을 간다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다.

해외로 자녀들을 유학시킨다고 해서 모두 명문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자녀의 교육 때문에 해외로 이민을 간다는 것은 수동적이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민을 일방적으로 부추기는 행태는 철저하게 배격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이 목적이라면, 보다 능동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시공을 초월하는 네트워크 시대에 있기 때문에, 우리의 핵심역량이 무엇인지에 따라 부족한 것을 메워 나갈 수 있다.

입으로만 ''글로벌'' 교육을 외칠 것이 아니라 어느 부문의 역량을 키우고, 팔아야 하는지에 대한 대책이 ''글로벌'' 관점에서 고려돼야 한다.

오히려 이민은 국부(國富)를 재창출할 수 있는 ''아웃소싱''의 개념을 갖고 적극적인 시각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웃소싱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로 엮어야 한다.

지금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우리민족은 인터넷을 통해 고국에서 일어나는 각종 뉴스를 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산발적인 네트워크가 아니라 정부가 앞장서서 좀더 체계적으로 국가의 부를 시너지 측면에서 창출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 운영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seekim@kgs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