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수 < 한국기원 신임 이사장 >

"바둑실력으로는 한국이 세계 최강이지만 건전한 바둑문화 보급 등 승부 외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닙니다.

한국이 바둑 세계최강국의 위상에 걸맞게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최근 한국기원 제14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허동수 LG칼텍스정유 부회장은 1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한국기원의 분위기 쇄신에도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남북간 바둑교류와 바둑계의 숙원인 한국기원 신축이전 등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항간에는 바둑인구가 1천만명을 헤아린다고 하지만 아직 인기스포츠인 축구나 야구 등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이는 프로와 아마가 함께 동참하는 문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한국기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허 이사장은 또 승부 중심인 기존의 대회방식을 축제의 마당으로 바꿔 나간다는 구상이다.

현재 입단대회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마바둑대회는 기껏해야 이틀 만에 결승전까지 모든 대회일정을 끝내 버리는 게 보통이다.

1회전에서 탈락하면 바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고 심지어 결승전이 끝나 시상식이 열려도 주최측과 참가선수만 남는 썰렁한 대회가 되기 일쑤다.

반면 유럽 등 외국의 경우 보통 바둑대회가 일주일간 계속된다는 것.

"우리보다 기력은 낮지만 바둑대회를 축제의 한마당으로 만드는 그들이 부러웠습니다.

지나친 승부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그는 또 "바둑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최고경영자의 입장에서 보면 바둑과 경영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면 흔들림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의식이 필요하다는 점도 유사하지요"라며 바둑예찬론을 폈다.

허 이사장의 바둑실력은 아마 6단.

아마 5단 기력의 한 기자가 "진짜 6단이 맞느냐"며 딴지를 걸자 그는 "김수영 사범(프로 7단)과 겨뤄 정정당당하게 인증받았으므로 절대 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