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파리 시내 영화관에 가면 ''5백프랑권을 받지 않는다''는 표지가 붙어 있다.

택시를 타거나 식당에 가도 마찬가지다.

5백프랑 짜리를 받고 거슬러줄 잔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위조지폐를 받았다가 손해보기 싫다는 것이다.

한때 남부지방 일부에서 유통됐던 위조지폐가 이젠 전국에서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위조방지 새 지폐 발행을 생각했다.

하지만 내년 1월1일로 다가온 유로화 공식 통용으로 어차피 없어질 화폐를 발행하는데 따른 재정적 부담과 유로화 발행으로 조폐청의 여력이 없다는 의견에 밀려 계획을 포기했다.

그런데 최근 유로랜드 자국화가 유로화로 전환되는 내년 상반기에 현재 시중에 나도는 위폐가 세탁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아직 선도 보이지 않은 유로화 위조 지폐에 대한 경고도 뒤따르고 있다.

얼마전 프랑스 경제 월간지 카피탈은 ''유로화 공식 통용'' 특집기사에서 "2002년 한국-일본 월드컵이 국제범죄단의 위조화폐 불법 유통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인터폴의 리카르도 카즈아얄라 위조화폐 담당국장도 "월드컵 기간중 중국과 일본 범죄단들의 위조 유로화 대량 유포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월드컵이 개최될 5월은 유로화 공식 통용이 채 5개월도 안되는 시점으로 해당국 국민들도 새통화와 친숙해지지 않아 한국과 일본에서 위폐를 알아보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현재 인터폴은 월드컵기간중 35만명의 유럽인들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5억유로 정도를 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국제 범죄단의 한 탕 시도가 다분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유로랜드 정부는 최근 유로화 위조 우려가 높아지자, 위조지폐 제작.유통 형벌을 최소 징역 8년으로 강화하고 유럽경찰기구(Europol)내에 위조화폐 담당국을 신설하는 등 공조 수사체제를 서두르고 있다.

인터폴 역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월드컵 개최를 앞둔 우리로서도 위조 유로화 유포가 남의 일만은 아닌 듯하다.

세계인의 축구 축제가 국제범죄단의 돈세탁장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것도 완벽한 월드컵 준비가 아닐까.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ku@worldonlin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