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계연도를 마감한 결과 정부가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일반회계기준)이 4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우리는 적어도 올해 만큼은 남은 돈을 전액 나라 빚을 갚는데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잉여금이 이렇게 늘어난 까닭은 지난해 경기가 예상보다 좋아 세금이 목표보다 훨씬 더 많이 걷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5∼6%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높은 9%대 성장률을 기록하는 바람에,조세수입이 예산보다 13조2천억원이나 더 많은 92조9천억원이 걷혔다.

Y2K로 인해 99년 12월분 국세를 지난해 1월에 수납하도록 이월조치한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10조원 가량이 더 걷힌 셈이다.

지난해에도 2조3천7백억원이 넘는 세계잉여금이 생긴 것을 고려하면 세수추계를 좀더 정확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당장 중요한 일은 막대한 세계잉여금을 어떻게 쓰느냐는 결정이다.

현재 세계잉여금은 예산회계법 47조에 따라 국가채무상환 또는 세입예산에 이입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정부에서는 벌써부터 경기부양을 통한 실업감소를 위해 추경예산을 편성하자는 논의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심각해진 국가채무를 고려하면 부채상환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옳다고 본다.

특히 공적자금 회수불능이나 연금 등 사회보험까지 감안한 넓은 의미의 재정형편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지난해 7월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46%선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사회보험 준비금 부족만 계산하더라도 이 비율은 당장 70%선을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공기업 부채까지 감안하면 지난해말 정부부채가 GDP의 1백29%에 달한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언제 재정파산상태에 빠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한다.

백번 양보해서 공적자금이나 사회보험 준비금의 부족규모가 아직은 불확실하며 일반적으로 국가채무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정부측 주장이 맞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잠재적인 재정적자요인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대로라면 자칫 후세들에게 벗어나기 힘든 빚더미만 물려주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런데도 여야가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재정건전화특별법이 아직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등 정부와 여당의 재정건전화 의지가 약하고 국가채무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이하지 않은가 묻고 싶다.

이같은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서도 정부당국은 4조원이 넘는 세계잉여금의 용도를 우선적으로 국가채무 상환에 둬야 옳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