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은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가.

올들어서만 4% 이상 절하돼 달러당 1백20엔선을 넘나들고 있는 엔화시세는 일본경제가 끝을 알 수 없는 장기침체국면인데다 최근들어서는 3월 위기설까지 나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상할게 없다.

또 미야자와 재무상이 "엔 약세는 나쁘지 않다" "일본 재정은 파국에 가까운 상황이다"라는 등으로 엔약세를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연일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분히 의도적인듯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하루 뒤에 말을 바꾸기는 했지만 하야미 일본은행총재가 지난 7일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엔약세를 유도하는 정책도 생각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할만 하다.

엔약세는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미국도 반대할 까닭이 없다.

가뜩이나 불안한 미국 증시로부터 돈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하려면 ''강한 달러''는 어느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런 저런 점들을 종합해 보면 현재의 엔화약세 기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란 결론이 나온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국가들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걱정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아직 그런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중국 위안화 등 다른 아시아국가 통화의 연쇄적인 절하를 불러올 개연성도 전적으로 배제하기는 어렵다.

특히 일본상품과 경쟁관계인 우리 수출에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엔절하가 계속 가파르게 이어질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만도 않다.일본정부 입장에선 일본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경기에 숨통을 트기 위해 발빠른 엔약세를 끌고가려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엔약세로 인한 일본의 대미흑자 확대는 이미 사상 최대수준인 미국 무역적자를 더욱 부풀릴 것이고, 또 일본증시의 외국인투자자 이탈을 결과할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달러당 1백20엔대가 마지노선이 될 것이란 분석은 그런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