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콜"은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브랜드로 한국을 빛낸 대표적 상품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애니콜은 쉽게 눈에 띈다.

이스라엘에서는 군인 경찰 랍비(유태교 성직자)에 이르기까지 4명중 한명은 애니콜을 휴대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패션 모델들이 자신의 의상과 가장 잘 어울리는 휴대폰으로 애니콜을 꼽는다.

패션모델들의 평가를 반영해 세계 톱브랜드 상품만을 취급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밀라노 라리라센데 백화점은 애니콜을 매장 전면에 전시해놓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2년 전 출시돼 유행이 지난 것들도 현지에서는 없어서 못판다"고 말했다.

매년 이동통신 가입자가 4천만명씩 늘고 있는 중국에서도 삼성의 애니콜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지 중국인들은 삼성 애니콜을 사용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베이징 최대의 휴대폰 대리점 창고에서 유독 애니콜 재고만이 바닥난 것만 봐도 현지인들의 선호도를 짐작할 수 있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애니콜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먼저 뛰어난 성능과 세련된 디자인을 꼽을 수 있다.

그 다음은 마케팅이다.

소비자들이 믿고 살 수 있는 브랜드(애니콜)를 제시,고객을 붙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국내 마케팅 총괄 김행우 이사는 "하루 아침에 신화를 창조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삼성이 휴대폰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83년.

10년 동안 노력했지만 모토로라의 아성에 밀려 시장에 뿌리조차 내리지 못했다.

수천대의 제품이 한꺼번에 반품되는 수모도 겪었다.

모토로라 에릭슨에 비해 기술 마케팅 모든 분야에서 뒤처졌다.

상황을 반전시킬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94년 삼성 이건희 회장이 1년내에 모토로라 수준의 제품을 만들라는 주문을 했다.

그래서 나온 제품이 SCH770.

성능면에서는 자신있다고 판단한 삼성은 이 제품의 브랜드를 애니콜로 정했다.

이후 ''고감도 통화…한국지형에 강하다''는 광고 카피로 가볍게 모토로라를 밀어내고 국내 시장을 석권했다.

전 국토의 70%가 산악지대라는 점을 마케팅에 1백% 활용한 것이다.

그 결과 98년 모토로라의 시장점유율은 2% 수준으로 떨어졌다.

박상진 상무는 "국내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휴대폰 기술발전을 촉진했다"고 설명했다.

애니콜은 일부 국가에서는 노키아나 에릭슨보다 비싼 가격에 팔릴 정도로 브랜드마케팅이 적중했다.

삼성은 이후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실용화에 성공,애니콜 신화의 쐐기를 박는 데 성공했다.

애니콜은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한 마케팅에서 ''우리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 ''작품''이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