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웅 < 대한상공회의소 상무이사 kwom@kcci.or.kr >

오늘날 우리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항상 새로워지려는 자세로 환골탈태(換骨奪胎)를 밥 먹듯이 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다.

이제 한 가지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소위 ''외곬''들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일들을 옛날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잘못을 저지르기 쉽다.

과거에 잘됐으니까 지금도 잘되겠지 하는 생각은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 사태를 더욱 나쁘게 만든다.

지위가 높고 지식이 많은 엘리트층에서도 이러한 과오를 범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이들의 영향력이 큰 만큼이나 사회에 미치는 해악도 치명적일 수 있다.

이것을 바꾸어서 말하면 이른바 ''훈련된 무능(trained incapacity)''이 곧 사회나 조직의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말할 수 있는 바 오늘날 우리 사회 지도층이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 아닐까 생각된다.

''훈련된 무능''은 미국 경제학자 베블린이 처음 만들어 낸 말이다.

이제까지 잘 발휘되던 능력이 새로 변하는 상황에서 전혀 힘을 못쓰고 오히려 무능력과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톱니바퀴같이 돌아가는 거대 관료사회에서 자주 일어난다.

폭넓고 다양한 사고에 익숙지 못한 사람들,정해진 기존 규칙을 지키도록만 길들여진 사람들은 돌변하는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유연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세기 산업사회는 획일화된 숙련과 집단의 능률이 요구되는 아날로그시대였다.

그러나 오늘날 정보화 사회는 전혀 새로운 가치체계로 바뀌어가고 있다.

획일보다는 개성이,단순한 지식보다는 창의성과 다양성이 강조되는 디지털시대다.

자신이 오랫동안 갈고 닦았던 지식과 경험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를 적응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변신이 요구된다.

종소리가 나면 모이도록 훈련된 닭들은 자기를 잡기 위해 울리는 종소리에도 몰려든다.

우리 사회도 무사안일에 젖은 채 새로운 변화에 스스로를 맞추기를 게을리한다면 닭의 신세와 다를 바 없게 된다.

이는 개인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로 볼 때도 불행이다.

''훈련된 무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