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채권을 헐값에 사들인 투자회사가 해당기업이 정상화되자 원리금 전액 회수를 요구, 회생기업이 다시 부도위기에 몰리게 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경남지역 소주 생산업체로 최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서 졸업한 무학이 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로부터 지급보증채권 상환을 요구받아 다시 경영위기에 처했다.

무학은 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경영개선노력을 인정받아 작년말 워크아웃에서 졸업했다.

하지만 계열사인 무학건설에 1백2억원의 돈을 지급보증선 것이 빌미가 됐다.

당시 무학이 보증선 무학건설의 대출채권은 돈을 빌려준 동남은행이 파산하면서 자산관리공사에 넘어갔다.

자산관리공사는 이 채권을 3억6백만원(3%)에 사들였고 이후 공적자금 회수 차원에서 이 채권을 다른 부실채권과 함께 해외투자기관인 론스타에 팔았다.

당시 법정관리기업이나 화의업체 등 26개 기관의 부실채권과 함께 1백70억원에 론스타에 팔려 정확한 가격은 산정할 수 없지만 자산관리공사의 매각이익률(11.1%)을 고려하면 3억원대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론스타는 무학이 워크아웃에서 졸업하자 즉각 지급보증선 금액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론스타가 요구한 금액은 원금과 이자까지 합쳐 1백40억원.경영정상화 기반을 겨우 닦은 무학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이같은 소식을 들은 무학의 채권은행들도 대출금을 회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재호 무학 사장은 "채권을 가지고 있는 론스타에 60억~70억원선에서 해결을 보자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해결이 안될 경우에는 법원에 화의를 신청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향후 회수가능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부실채권을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판 경우가 많다"며 "무학과 같이 부실채권 상환 문제로 다시 경영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현.주용석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