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고도로 발달된 두뇌이다.

모든 지적인 활동, 감각, 감정을 규제하고 조절한다.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5세기에 이미 이런 두뇌의 기능을 이해하고 있었다.

"우리의 쾌락과 기쁨,웃음과 익살은 물론 슬픔과 통증,고뇌와 두려움이 두뇌에서만 솟아난다"

그가 일찍이 간파한 사실이다.

인격을 갖춘 인간생명의 원천을 뇌라고 생각한지는 이처럼 오래됐다.

심장(숨)이 멈춰야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던 의사들도 요즘은 뇌사로 죽음을 판단한다.

뇌가 죽으면 그 뇌를 가진 인격도 죽는다는데서 얻어낸 결론이다.

심장 신장 등 장기이식은 정당화되면서도 뇌이식을 해서는 안된다는 논리의 근거도 이처럼 뇌와 인격을 동일시한 때문이었다.

알츠하이머병의 치료방법중 태아의 뇌조직을 환자의 뇌에 이식하는 방법이 이론적으로 거론된 것은 오래전이다.

면역 항체반응 등 기술적인 어려움도 있었지만 시술을 가로막은 것은 역시 뇌를 이식하는 의료행위는 환자를 전혀 다른 인격으로 개조할 수도 있다는 ''뇌와 인격의 동일성''에 관한 윤리기준이었다.

미국의 생명공학기업인 스템셀스사가 인간 뇌의 줄기(幹)세포를 가진 쥐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다음 단계는 대부분의 인간 뇌세포를 가진 쥐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한다.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뇌졸중 등 난치병치료에 쓰는 것이 목적이라지만 뇌이식으로 환자들이 낫는다 해도 그들의 인격변화는 1백%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게다가 곧 월트 디즈니 만화의 주인공 미키마우스처럼 인간과 똑같이 사고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쥐가 태어날지도 모르겠다.

오늘날 생명과학은 인체개조의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인간이 인간다움을 버릴 수 있는 가능성을 어느 때보다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연구실은 언제라도 악마의 실험실이 될 수 있다.

슈퍼맨이나 프랑켄슈타인을 만드는 것은 손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뇌의 이식은 어디까지나 기능회복이라는 선에서 그쳐야지 인간개조가 돼서는 안된다.

생명윤리를 파수꾼으로 내세워 인간이 스스로 인간임을 지켜가지 않으면 설 곳이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