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부동자금이 투신권 MMF(머니마켓펀드)로만 몰리면서 금융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MMF에 밀려든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땐 판매증권사 및 투신운용사에 유동성 위험을 불러일으킬수 있기 때문이다.

또 환매가 일시집중될 경우엔 편입한 채권을 너도나도 내다팔수 밖에 없어 금리급등 등 금융시장 전체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MMF 수탁고는 이미 위험수위=투신권 MMF 수탁고는 50여일새 17조원이나 늘었다.

전체 수탁고(신탁형증권저축 제외) 중 MMF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말 19.8%에서 지난 21일엔 28.7%로 높아졌다.

동부 세종 대신 SK 등 4개 투신운용사는 MMF 비중이 50%를 웃돌고 있다.

외환코메르쯔 조흥 제일 템플턴 국은 등 5개 투신운용사는 40% 이상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MMF의 비중이 50%를 넘을 경우 심각한 유동성 위험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왜 MMF로만 몰리나=권경업 대한투신운용 운용본부장은 "자금을 단기로 굴리는 것 외엔 별다른 투자 대안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하반기 연 8%대에서 최근 연 6% 안팎으로 떨어졌다.

기대수익률이 낮아져 자금이 빠져나왔지만 마땅히 갈 데도 없는 게 현실이다.

주식시장은 전세계 주가의 동반하락으로 좀처럼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경기 하강의 여파로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기관·법인 자금은 사양=이윤규 한국투신운용 이사는 "콜금리(연 4%대 후반)와 MMF수익률(연 5% 중반 이상)간의 차이를 노리고 있는 금융회사와 거액을 한꺼번에 맡기는 법인 자금은 아예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관 및 법인 자금을 사절하는 현상은 투신권 전체로 확산돼 가고 있다.

윤희육 교보투신운용 사장은 "국고채 금리가 MMF수익률보다 오히려 낮은 상황에서 어떻게 수탁고를 늘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투신사들의 기관 및 법인 자금 사절은 유동성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

자금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 MMF에서 대량 환매사태가 불거진다면 지급불능 사태에 빠지는 등 ''제2의 대우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금시장에도 악영향=MMF 자금은 보통 통안채 및 국고채 50%,회사채 기업어음 유동성자금 50% 등의 비율로 투자된다.

최근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연 5.00%대에서 연 6%대로 뛰자 편입자산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또 장부가펀드인 MMF가 시가와 1% 이상 차이나면 수익률을 조정해야 한다.

이 경우 투자자와 증권사 투신운용사간에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최근 금리 급등으로 채권 매수세가 약화돼 있는 상황에서 대량 환매사태가 벌어진다면 예측불허의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투신사들이 MMF 비중을 끌어내리고 장기형상품 비중을 높이도록 상품 구조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