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현재 가계 빚은 3백20조원으로 4인가족 기준 가구당 2천3백만원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가계 빚이 12%나 증가해 기업부채 증가율 3%에 비해 4배나 빠른 속도로 늘어나 이자로만 가처분 소득의 12.7%에 해당하는 43조원이나 지출할 정도로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경기침체와 고용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가계 빚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계에 과중한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파산으로 이어질 경우 금융부실과 소비침체를 초래해 경제전체가 과부채형 장기불황의 악순환에 빠질 우려마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서는 가처분 소득대비 부채비율이 88%로 97년말의 1백%보다 낮아 채무상환능력 면에서 아직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나 이는 지나친 낙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가계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나 당장 빚 갚는데 쓸 수 있는 부채대비 금융자산 배율이 2.5로 미국의 4.9, 일본의 3.3에 비해 크게 낮은데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가계 빚이 상환능력에 비해 과중하다는 징조는 이미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용불량자가 경제활동인구의 10%에 해당하는 2백5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폭증하고 있고, 9개 시중은행의 연체율도 지난해 말 2.1%에서 금년 1월말에는 2.9%로 수직 상승했다.

따라서 부채부담 누적으로 개인파산이 속출하는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대책을 시급히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을 규제하는 한편 신용카드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무분별한 카드대출 억제는 물론이고 향후 개인대출 자산의 건전성 저하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금융기관들이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에 치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는 비단 가계부채 증가억제뿐 아니라 경기침체를 가속화시켜 결국 기업부실과 가계 소득감소로 이어져 금융기관의 대출자산이 더욱 부실해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최근의 금리인하 추세를 감안해 가계대출 금리도 적절히 인하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담 완화는 물론이고 금융기관의 개인대출 유인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