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한 국유기업을 취재하던중 사장 책상에 놓인 문건 하나를 우연히 보게 됐다.

''해외유학생 귀국 장려에 관한 의견''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국가인사부가 당(黨)중앙과 국무원(정부)의 비준을 얻어 시달한 문건이었다.

사장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유학후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 인재를 잡아오라는 지침"이라며 "우리도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문건은 중국이 해외 인재 유치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유치대상은 해외 금융기관, 다국적기업, 국제조직, 대학, 연구소 등에서 일하는 화교.

문건은 이들에게 국제 수준에 맞는 급여와 함께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주거 자녀교육 보험 등을 최대한 지원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의 해외인재 유치 작전은 ''21세기 국가 만들기''의 기초 작업이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직면하게 될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춰 국가 운영 틀을 새롭게 짜고 있다.

국내에서는 글로벌 전략을 세울 인재가 드물다.

그러기에 수 십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해외 유학생을 불러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각 분야에 포진시켜 국제화시대의 첨병으로 키우겠다는 의도다.

이미 많은 중국 유학생들이 귀국길에 올랐다.

특히 첨단산업 분야에서 귀국 러시가 일고 있다.

작년 하반기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만 1백14개의 해외유학생 벤처기업이 설립됐다.

이들은 중국 정보기술(IT) 산업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주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요즘 ''고급인재의 탈(脫)한국 물결''이 언론에 자주 소개된다.

이민길에 오르던 한 젊은이는 "너무도 복잡하고 너무 비정상적이고 너무 치이는게 많아 떠난다"고 했다.

올해 한국을 떠날 IT 인력은 약 4천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은 정부가 해외 인재사냥에 나서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인재유출을 앉아서 보고만 있다.

21세기 중국과 한국의 경쟁력은 바로 여기서 벌어지기 시작한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