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수근 대성그룹 명예회장은 대성산업공사 설립 후 54년 동안 에너지업종 한 우물을 파면서 탄탄하게 그룹을 키워왔다.

일본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귀국한 김 명예회장은 1947년 5월 "산림이 황폐화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대구에 국내 최초의 민족자본 연탄회사인 대성산업공사를 설립했다.

연탄사업이 날로 번성해 큰 돈을 벌면서 LPG(액화석유가스)와 석유 판매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83년에는 천연가스로 눈을 돌려 대구도시가스를 설립하고 서울도시가스를 인수,종합에너지 업체로 발돋움했다.

그는 3공화국 시절 정치헌금을 내라는 실력자들의 종용을 거부하다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출장비 등 쓰다가 남은 회사 경비는 반드시 반납할 정도로 투명 경영을 실천해왔다.

95년 대성그룹의 대구도시가스 폭발사고 때는 임원들이 법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을 건의하자 "경영자는 결과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며 질책하기도 했다.

김 명예회장은 지난해 아들들에게 그룹을 나누어 맡기면서 "회사가 내 소유란 생각을 버려라"며 "기업이 이익을 못내면 죄악이니 이익을 못낼 때는 경영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을 기용해라.국민의 사랑을 받지 못할 망정 지탄받는 기업은 만들지 말라.이사회를 사장의 들러리로 만들지 말라"고 훈시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