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 < 건축가 / (주)서울포럼 대표 >

''여성부''의 신설과 더불어 ''여성인력의 활용'' 이슈가 새삼 주목되고 있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성들이 소개되고 있고,그 발전에 대해 다각적으로 희망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선발주자 남성에 비해서 사회 후발주자 여성에게는 진입뿐만 아니라 커리어 지속에 있어 가시밭길이다.

이미 활발한 여성들은 예외적으로 탁월하거나 터프한 개척자들이며 이들조차 여전히 힘든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이래서야 우리사회의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우수한 여성인력의 활용이라는 명분, 남녀평등이라는 명분도 명분이지만, 필자는 프로여성들이 많아져야 비로소 우리사회가 제대로 된 프로사회가 될 것이라는 논지를 갖고 있다.

프로여성들이 활발하게 일하는 사회는 분명 프로사회다.

반대로 우리사회가 프로사회가 될 수록 프로여성의 진출 역시 활발해 질 것이다.

어떤 프로사회를 말하는가.

첫째, ''부정부패가 없는 사회''다.

물론 부정부패가 전혀없는 인간사회란 어디에도 없지만, 구조적으로 부정부패가 관습화돼 있는 사회에서 여성의 진출은 벽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눈에 안보이는 진입장벽인 셈이다.

그같은 게임에 동참하지 않는 한, 일정 이상의 활동을 하기 어려운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깨끗한 게임을 하려는 여성은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둘째, ''성과주의 사회''다.

말하자면 일을 중심으로, 일의 성과를 기준으로 등용되고 엄정하게 평가되고 그에 따라 기회가 열리는 사회다.

서열주의나 특혜, 배려가 있거나 정치적인 고려가 있는 사회에서는 결국 후발주자 여성에게는 기회가 제대로 올 수 없다.

셋째, ''연고주의가 없는 사회''다.

선발주자 남성들이 엮어놓은 ''연고''에 후발주자 여성들이 꿰뚫고 들어가기란 바늘구멍에 낙타 넣기보다 더 힘들다.

진정한 의미의 네트워킹으로 일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자리를 먼저 생각하는 사회에서 여성은 퇴출당하기 십상이다.

넷째, ''예의가 바로 선 사회''다.

불손하고 무례하고 경우 없고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여성이 발을 붙이기란 어렵다.

터프하고 냉철하게 일을 처리하면서도 깍듯하고 경우 바른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사회가 돼야 더 근사하게 일을 해낼 수 있다.

이러한 프로사회의 기준, 즉 ''깨끗한 사회, 일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 공정한 평가가 있는 사회, 예의바른 사회''란 그리 높은 기준도 아니려니와 우리사회가 이루어내지 못하면 절대로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

그러니 우리 사회가 프로사회가 되면 당연히 프로여성의 활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이다.

여성인력의 등용을 위해 여러 제도적인 장치를 고안하고 또 남녀평등을 뿌리내리기 위해 각종 시책들이 필요한 이상으로, 우리 사회를 프로사회로 만드는 기본이 뿌리내려야 비로소 여성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추어지는 것이다.

이미 프로여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분야를 보면 이러한 성향이 두드러진다.

금융계 법조계 벤처기업계 전문기술계 학계 연구계 등 상대적으로 프로사회의 기준이 나름대로 서 있는 분야다.

특히 외국의 관련기업들에서 여성들이 진취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도 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프로사회가 돼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성이 사회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결코 여성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사회 전체를 공정하고 원칙이 지켜지고 예의바르고 마음 편하게 살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변수중 하나다.

우리사회가 프로사회화 될 수록 수준 높은 경쟁력이 생길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누구나 사회의 기본원칙에 수긍하고 또 그 원칙을 배우면서 동등하게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를 프로사회로 만들자.

그러면 프로여성은 자연스럽게 등장할 것이다.

jinaikim@www.seoulfor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