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에 있는 영도벨벳섬유의 유병선 사장은 요즘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한달전 쯤 가족처럼 지내던 직원 39명을 떠나보냈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그는 믿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구조조정은 아직 진행중이다.

그들에게 줄 퇴직금 7억원을 마련할 길이 수월치 않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해외에만 2천만달러어치의 벨벳을 팔았다.

업계에서 ''벨벳=영도''로 인식하고 있다.

이 회사의 ''3eagle'' 브랜드는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다양한 고급벨벳 개발에 힘입어 벤처기업으로 정부 확인도 받았다.

하지만 섬유벤처기업이란 꼬리표도 은행창구 앞에선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은행 3곳을 돌아다녀도 돈을 빌려주겠다는 곳이 없었다.

담보를 갖고 있는 은행도 ''가치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추가대출이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

"벤처면 무슨 소용입니까. 섬유업종이라고 대출을 꺼리는 것 같습니다. 공장없는 개인사업자에만 관심을 두는 것 같아요"

유 사장은 요즘 은행 대출이 늘고 있다지만 모험을 걸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기업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 사장은 수출시장 개척에 주력해야할 시기에 퇴직금 마련에 매달려야 하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회사는 1995년만 해도 직원이 4백40여명에 달했었다.

지금은 1백90여명으로 줄었다.

공장 3곳중 한 곳도 팔아 은행 빚을 갚았다.

유 사장은 이같은 구조조정과 함께 영업 조직을 개편하는 등 경쟁력 제고를 위해 내부전열을 가다듬는데 주력하고 있다.

유 사장은 올해 수출목표를 3천만달러로 잡고 있다.

이 목표만 달성되면 그간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도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안정 제일주의''가 갈길이 바쁜 그를 가로막고 있다.

정부가 그토록 외쳐온 구조조정을 스스로 하겠다고 나선 벤처기업에 대해 체계적으로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그의 요구가 과연 무리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오광진 벤처중기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