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향숙 <생명공학연구소 단장>

"완전한 인간 유전자 지도가 공개됨으로써 한국인의 위암·간암 진단,치료기술을 개발하는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유향숙 생명공학연구소 인간유전체사업단장은 "현재 각종 질병치료 기술은 조직에서 추출된 RNA를 하나씩 분석하는 방법으로 개발되고 있다"며 "앞으로 전체 유전자 지도와 개별 RNA를 비교함으로써 연구개발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유전자 지도 완성으로 각각의 유전자 기능을 밝히는 포스트 게놈연구가 진행될 것"이라며 "한국이 게놈연구에서 열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인의 특이한 체질과 질병에 초점을 맞춘다면 독자성과 가치를 지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단장이 이끄는 인간유전체연구사업단은 지난 99년 말 과학기술부 21세기 프런티어사업의 하나로 발족,유전자 연구에 뛰어들었다.

80년대에 연구를 시작한 미국 영국 등 과학 선진국들에 비하면 연구수준이 아직 초보단계라 할 수 있다.

원천기술 투자도 미흡하고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집중하지 않는 틈새기술을 개발,산업적으로 응용하는 데 초점을 맞춤으로써 후발주자로서의 열세를 만회하겠다는 게 유 단장의 전략이다.

사업단은 이에 따라 △위암·간암 유전자 및 단백질의 초고속 발굴기술 개발 △한국인의 특이 단일 염기변이(SNP)발굴 △위암·간암 관련 유전체의 기능연구 △한국인에게 자주 일어나는 질환의 유전체 연구 등 4가지 과제를 마련,수행하고 있다.

위암·간암 조기진단 가능 사업단은 오는 2003년까지 1단계로 핵심기반 기술 및 한국인 특유의 유전자원을 확보한 뒤 2단계(2004∼2006년)에 신규 유전자의 기능을 정밀 분석하고 응용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3단계(2007∼2010년)에는 곧바로 약품개발에 쓸 수 있는 최종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진단·치료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최근에는 경상대 의대 이광호 교수팀과 공동으로 3개월만에 한국인에게서 분리된 위암 원인균 헬리코박터 파이로리의 유전체 염기서열 초안을 완성하기도 했다.

유 단장은 인간 게놈지도 완성으로 인한 낙관적인 연구전망과 아울리 게놈연구에 따른 우려도 표명했다.

그는 "방대한 양이 될 개인 유전정보 보호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며 "유전정보를 통해 개인의 질병,성향,행동양상과 수명까지 예측 가능할 경우 개인유전정보 유출은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