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2월까지 구조개혁을 완료하고 그 이후부터는 시장이 주도하는 상시적 구조조정의 메커니즘을 구축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시장이 주도하는 상시적 구조조정 메커니즘이란,정부가 여태까지 해온 것처럼 어느 금융기관은 부실이고 어느 기업은 퇴출돼야 한다고 결정해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든 기업이든 독자적으로 생존하기 힘들면 시장에서 합병을 하여 생존하거나, 아니면 시장에서 퇴출돼 청산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구조조정은 크게 소극적인 구조조정과 적극적인 구조조정으로 나눌 수 있다.

소극적 구조조정이란 과거 쌓여 온 부실 기업이나 부실 금융기관을 정리.퇴출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 혹은 정부의 대리역인 은행에 의해 주도될 수도 있다.

반면 적극적 구조조정이란 기업의 가치를 증대시키거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기업의 부실여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리고 이것은 어디까지나 시장, 즉 기업투자가에 의해 기업의 인수.합병 형태로 주도된다.

정부 혹은 은행에 의한 구조조정의 문제점은 손실의 극소화를 위한 최소한의 구조조정에 그친다는 것이다.

즉 부실 기업에 대한 사후적 개입과 부채상환을 위한 최소한의 개입에 그치는 것이다.

반면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은 투자가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병함으로써 최대의 구조조정이 일어난다.

미국의 경우 기업이나 은행들이 합병을 통해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함으로써 급변하는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해 경쟁우위를 확보해 왔다.

시장이 주도하는 상시적 구조조정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성공하려면,정부가 구조조정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첫째, 시장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과 조건이 성숙돼야 한다.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할 능력있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기업의 재무구조가 취약하다.

설사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동종간 혹은 이종간 기업합병을 하려 해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자본시장에서 자본조달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경쟁력 약화의 요인이 된다.

이 점에서 기업의 재무구조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둘째, 기업 내지 은행의 지배구조가 제대로 정착돼야 한다.

기업이나 은행의 경영진이 기업이익 극대화를 위해 일하지 않고 오너나 정부 종업원 내지 경영진들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한다면 문제가 있다.

이러한 경영진의 존재는 통상 구조조정에 저항하여 기업의 매각을 지연시키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 이사회가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성 있는 이사로 구성되어 경영진에 대한 감독과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합병이후 감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미국의 경우 기업이 동종 경쟁기업을 합병함으로써 피인수기업이 갖고 있는 고객과 시장을 흡수, 매출액과 시장점유율을 두배로 늘린다.

종업원은 반으로 줄여 생산성이 두배가 되고 기업가치도 두배가 올라가는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한다.

우리나라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적어 합병이후의 노동력 감축이 여의치 않다.

또 사업규모 축소와 임원진 감축도 쉽지 않다.

넷째, 구조조정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다.

구조조정투자회사(CRV)의 육성, 구조조정을 위한 법적 제도적 인프라의 구축도 중요하나, 객관적인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평가기관의 육성이 시급하다.

끝으로 합병이전에 형성된 파벌과 분파의식이 통합된 기업에 그대로 이식되어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반감, 조직의 역동성이 떨어진다.

부작용이 순작용보다 더 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 기업문화의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4월 이미 기업의 적대적 합병이 가능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한 바 있다.

또 현 경제팀도 상시적 구조조정 메커니즘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해결과 성공조건의 충족에 초점을 맞춰 시장의, 시장에 의한, 시장을 위한 구조조정의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는 한 가까운 시일에 시장주도 구조조정이 상시적으로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