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금융기관에 대한 관재인 선임권을 놓고 정부(예금보험공사)와 법원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국가경제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다.

명분상으로는 ''공적자금 조기회수''와 ''법원의 자율성 유지''를 내걸고 있지만 사실상 밥그릇 싸움의 성격도 없지않다.

특히 그같은 이해다툼으로 파산금융기관 정리가 늦어지고,공적자금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국민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난해 말 입법된 공적자금관리특별법은 공적자금이 지원된 부실금융기관이 해산 또는 파산한 경우 상법 또는 파산법의 관련규정에 상관없이 예금보험공사가 청산인 또는 파산관재인을 선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예금보험공사가 95명의 관재인을 새로 선임하려 했으나 법원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법원은 공적자금관리특별법 20조가 법원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위헌심판을 청구해 놓은 상태다.

헌법재판소는 이 문제를 서둘러 매듭지을 방침이라고 하니 기다려 볼 수밖에 없을 것같다.

다만 법원이 왜 뒤늦게 상법 및 파산관련법 조항의 적용을 배제시킨 공적자금관리특별법을 문제 삼고 나섰는가에 대해서는 의아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이 그같은 입법내용을 사전에 몰랐을리 없고,그렇다면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협의를 거쳐 미리 해결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에서다.

법원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더라도 사전검토의 불충분으로 인해 국가경제와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결과를 가져온 데 대해서는 법원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

더구나 현행 파산관련법 절차에 따른 부실금융기관 정리가 과연 실효성있게 이뤄지고 있느냐를 따져 보면 반성의 여지가 많다. 지난 98년 9월 이후 파산절차를 밟고있는 금융기관이 모두 2백29개에 달하는데 지금까지 종결된 금융기관은 하나도 없다.

그만큼 지지부진하다는 얘기다.

그로 인해 공적자금 회수가 늦어지고,국민부담이 가중되는 현실은 자못 심각한 상황이다.

신속처리의 절박성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밖에 없는 변호사 위주의 현행 선임방식은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파산 관재인 선임문제는 최소한 국가경제,특히 금융산업의 어려운 현실이 충분히 반영돼 결정돼야 한다.특히 특별법을 제정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금융구조조정의 조속한 매듭이 무엇보다 절실한 우선정책과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