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국산 농산물이 미군을 파고들고 있다.

농협유통은 일본주재 미군기지에 국산 토마토를 수출하고 있다.

해외주둔 미군이 본국이나 주둔국이 아닌 제3국으로부터 먹거리를 수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주둔 미군에도 국산과일이 들어가고 있다.

미군기지는 상품검사 기준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곳.

군인들에게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농협이 외국산 농산물을 터부시해온 ''미국벽''을 허물고 있다.

◆주일 미군에도 한국농산물이 들어간다=농협유통은 최근 토마토 1천5백상자(6t,2만달러)를 일본 요코스카에 있는 주일 미군기지에 수출했다.

주일 미군이 일본산을 제쳐두고 한국 농산물을 선택한 이유는 맛과 가격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국내 농산물값은 예년의 70∼8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소비부진에다 과잉생산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운송비를 지불하고서라도 한국 농산물을 가져다 먹는 게 미군측으로서는 이익"이라는 게 농협유통 김일섭 수출팀장의 설명이다.

우리 농산물값은 일본산의 30∼40% 수준에 불과하지만 신선함이나 당도는 일본산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농산물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변화도 수출 물꼬를 트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조송휘 본부장은 "한국산 채소와 과일은 인분을 비료로 해서 생산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수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주한 미군 방문판매 등을 통해 고정관념을 깨트렸다"고 설명했다.

농협유통은 수출품목을 배 수박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주한 미군 공략도 강화한다=농협유통은 지난해 3개 미군기지(용산 대구 오산)내 대형 슈퍼마켓(커미서리)에 채소 과일을 공급,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용산기지 커미서리에 있는 50여평 규모의 ''한국농산물 판매장''에서는 월 3천만원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미국산보다 당도가 월등히 높은 나주배가 특히 인기"라는 게 매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 농산물은 미군 사병식당에도 들어가고 있다.

농협유통은 지난해 채소와 과일류 50여 품목을 미군기지 보급창(3개)에 납품,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주한 미군이 소비한 식자재 중 한국 농산물이 차지한 비율은 15%선.

업계는 올해 한국산의 비중이 25%선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