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 들어서만 세번째인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3년만에 다시 경제부총리가 나왔다.''경제를 직접 챙기겠다''며 그 자리를 없앴던 김대중 대통령도 경제팀장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경제부총리에 대한 기대는 엄청나다.

그동안 경제가 잘 돌아가지 못했던 것도 경제팀장이 없어 총괄조정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데 큰 원인이있다고 보는 이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는 따지고보면 진념 부총리에겐 부담일 뿐이다.

냉정히 말해서 경제팀장으로서 그의 앞날은 꼭 밝지만은 않다.

개인적인 능력이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뜻에서 그렇게 보는 것은 물론 아니고, 경제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전망을 하는 것도 아니다.

정부 내부적 요인만으로도 그는 과거 어떤 경제부총리보다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게 돼있다.

이는 현재의 재경부 조직과 권한을 구(舊)재경원이나 기획원과 비교해보면 자명해진다.

예산편성권이 없는 경제부총리의 총괄조정기능은 근본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다른 부처에서 겁을 내지않는다''는 차원에서만 그렇게 보는 것은 아니다.

기획원 시절 부총리가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기획원이라는 조직이 정부업무 전반을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5개년계획을 만들었던 기획국은 장단기 현안들을 항상 점검하는 위치에 있었고, 예산실(국)에서도 각 부처 현황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현재의 재경부에서 부총리 총괄조정기능을 뒷받침할 곳은 경제정책국인데 과연 과거의 기획국 노릇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돌아가는 사정을 제대로 알아야 할텐데 현 시스템으로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개발계획을 세우지 않는데다 예산편성권이 없다는 점외에도 재경부 경제정책국이 기획원 기획국처럼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요인은 또 있다.

과거 기획원 시절 상공부나 농림부 관계자들은 자기들의 필요 때문에도 기획원 기획국과 ''협조''관계에 있었다.

어떤 경제정책이건 최종적인 집행은 재무부가 갖고 있는 금융과 세제라는 수단에 의존하게 마련이고 그런 특성 때문에 항상''그건 안된다''는 성향을 나타내는 게 체질화된 재무부였기 때문에 그랬다.

''이런 일을 해야하는데 재무부에선 소극적이다''는 등등의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 기획국 관계자들은 자연스레 현안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재경부 세제국에서 반대하는 사안을 관철하기 위해 재경부 경제정책국을 찾을 타부처 관계자는 아마도 많지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관청풍토를 염두에 두면 그런 관측은 더욱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는 재경부 권한이 대폭 줄었지만 어쨌든 최종적인 집행과 기획·조정기능을 함께 갖는 형태가 됐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 결과는 뻔하다.

부총리 승격 전과 마찬가지로 재경부 경제정책국 쪽이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이고 이는 결국 부총리의 행동 반경을 줄이는 꼴이 될 것이다.

총괄조정부처로서 타부처의 정책현안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커녕 현재 진행중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작업처럼 당연히 스스로 해야할 일에서마저 뒷전인 꼴이 앞으로도 되풀이될 공산조차 결코 없지 않다.

김 대통령이 어느 대통령보다 경제를 잘 안다는 것도 진 부총리 입장에서 보면 꼭 보탬이 되는 요인이 아니다.

이래저래 경제정책 입안과 집행에서 무게중심이 부총리 쪽으로 일원화되리라고 보기도 어렵다.

집권여당의 구조가 결코 단순하지 않고 힘 센 사람들도 여럿이고보면 더욱 그러하다.

부총리의 강한 추진력,그 것은 경제상황에 비추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그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인 것 또한 분명하다.

부총리라는 호칭에 아울러 힘을 실어주는 조치가 긴요하다.

경제부총리의 대통령 독대를 잦게 정례화하는 것은 우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다.

경제정책입안은 물론 현안에 대한 재경부와의 사전협의도 어떤 형식으로든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책임있고 강력한 경제부총리가 나와야 경제난국을 풀 수 있다.

< 본사 논설실장 >